CIO 사법리스크 직면한 군인공제회…당분간 업무 공백도 불가피할 듯
입력 24.11.18 07:00
검찰, 군인공제회 CIO 사무실 압수수색
우리銀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연루 의혹
사법리스크 해소 우선…업무 공백 불가피
  • 18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군인공제회가 위기를 맞았다. 금융투자부문이사(CIO)가 선임된 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탓이다. 투자 성과보다는 법적 분쟁 해소가 우선인만큼, 당분간 CIO의 업무 공백도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14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달 박화재 전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이 CIO로 재직하고 있는 군인공제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손 전 회장과 박 전 사장에 대해 부당대출에 대한 대가성 인사권 행사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혐의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의혹으로 CIO가 수사 물망에 오른 것 만으로도 군인공제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공제회 CIO 직위는 수조원 대 자금을 운용하는만큼, 사회적 기준 이상의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박 CIO는 지난 7월 취임했는데, 선임 당시 은행 출신 인사가 CIO로 오게 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박 CIO는 이상희 당시 CIO와 한승철 전 KB자산운용 부채연계투자(LDI)부문 전무 등 3명과 함께 숏리스트에 올라 경합을 벌였는데, 현직자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많았다.

    이상희 당시 CIO는 투자업계에서만 35년 가량 재직하며 경험도 풍부하고, 안팎의 평판도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직 기간이었던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각각 6.6%, 5.7%, 10.9%라는 준수한 투자수익률을 기록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군인공제회 역대 가장 높은 운용자산(AUM)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박 CIO는 이 전 CIO와 달리 투자 경험보다는 영업지점 경험이 많은 인사다. 

    광주상고를 졸업한 뒤 1980년 우리은행(당시 상업은행)에 입사해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 수석부부장, 주택금융사업단 부장, 서초영업본부장, 업무지원그룹 상무, 여신지원그룹 상무, 여신지원그룹 집행부행장,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에는 우리은행 행우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원피앤에스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이에 박 CIO의 선임을 두고 군인공제회가 업계의 예상을 깨는 선택을 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융투자부문이사는 주식, 채권, 인수금융 등을 담당하기에 투자 경력이 풍부한 인사를 선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한 기관투자가(LP) 고위관계자는 "이상희 CIO가 무난히 연임할 것이라고 봤는데, 결과를 보고 놀랐다"라며 "군인공제회가 다소 파격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선택을 했는데, 영업 경력이 긴 만큼 업계 전반에 걸쳐 '발이 넓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군인공제회는 이러한 선택의 결과와 관련, 투자 성과를 통해 검증받기도 전에 CIO의 사법리스크 해소라는 과제를 먼저 받아들게 됐다. 이에 따라 당분간 CIO 공백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 박 CIO의 손 전 회장 부당대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전에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군인공제회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과론적일 수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안정보다는 파격을 택했던 군인공제회의 선택이 독이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수사 결과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전에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운영위원회 등에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군인공제회측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