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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전공정 기업 HPSP가 매물로 나온 가운데 정부가 이번 거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가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 경제 내 반도체 산업의 중요도, HPSP의 글로벌 위상 등을 감안하면 해외 기술 유출 가능성을 깐깐하게 살필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다. HPSP가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매각의 장벽은 높아진다. 해외 매각 후 핵심기술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 매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 매각 흥행을 위해선 이와 관련한 문제를 먼저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코스닥 상장사 HPSP 경영권 매각이 본격화됐다. 연초부터 매각가능성이 거론됐는데 HPSP 최대 주주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UBS를 매각 주관사로 삼아 원매자 물색에 나섰다. 매각 지분은 약 40%다. HPSP 시가총액이 약 3조원인 점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매각가는 1조5000억~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내달 예비입찰을 거쳐 원매자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전략적투자자(SI)와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들이 관심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센도는 지난 2017년 프로세토6호 PEF를 통해 100억원가량의 자금을 들여 HPSP를 인수했다. 당시 크레센도 PEF는 HPSP 지분 51%를 확보했고, 이후 2022년 HPSP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20년 매출 611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650억원으로 늘었다.
HPSP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열처리 공정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고압수소어닐링(HPA)과 고압산화공정(HPO) 장비를 제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TSMC를 비롯한 파운드리 및 인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HPA 장비는 반도체 소자 계면을 제거하는 데 쓰이며 기술 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찾는 기업이다 보니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업체 ASML와 비슷한 지위를 갖는다. 주요 기업의 반도체 업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의 ASML'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HPSP가 한국 반도체 시장에서 갖는 위상이 낮지 않은 만큼 실제 M&A까지 가는 길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반도체 기업에 핵심적으로 쓰이는 업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M&A 양상을 주의 깊게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 경제 환경에서 반도체가 갖는 무게감은 적지 않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이하로 떨어진 데 따른 충격파가 컸다. 아울러 반도체 기술과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적지 않다. 중요 산업이다 보니 정부가 관심을 갖고 살필 수밖에 없다.
자연히 HPSP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HPSP가 가진 기술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HPSP에 국가 경제를 좌우할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해외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달갑게 여길리 없다.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될 경우 매각 장벽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HPSP는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할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장 국가핵심기술이 아니더라도 그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반드시 중요 기술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정부가 문제 삼기 시작하면 M&A 절차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도 HPSP 매각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직접적으로 매각 절차에 관여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진행 상황에는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명시적으로 개별 기업의 M&A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 산업의 경우 고사양 기술은 대부분 국가핵심기술 범주에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며 "국가핵심기술이나 국가전략첨단기술을 해외에 매각할 때는 승인을 받아야 하고, 주요 현안이 있는 기업들과는 상시적으로 협의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정부가 HPSP 매각에 엄격한 잣대들 들이대는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실제 M&A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고려아연 역시 적대적 M&A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한 바 있다.
궁극적으로 중요 산업 내 기업의 M&A를 진행하려면 정부와 소통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에는 중국과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둔 패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HPSP 매각에선 국제 경제나 국제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도 사전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주요 기업이 해외에 경영권을 매각했다가 국가핵심기업이었다는 점이 걸린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이전까지 핵심기술에 해당한다는 이력이 없는 기업이라도 처벌을 피하기 위해 M&A 전에 국가핵심기술 판정 여부를 따지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크레센도 PE, 반도체 전공정 기업 HPSP 매물로
주요 반도체 기업 공급사, '한국의 ASML' 평가도
한국 반도체 기업 위상 감안 시 정부도 시선 지중
국가핵심기술 지정 시 M&A 난항, 사전 협상 필요
주요 반도체 기업 공급사, '한국의 ASML'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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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11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