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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대했던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증시 약세가 지속하면서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수요예측 참여 자체를 꺼리는 기관투자가들이 늘고 있단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달 들어 동방메디컬(7일), 미트박스글로벌(11일), 씨케이솔루션(12일)이 연달아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달 대어로 꼽히던 케이뱅크까지 포함하면 한 달 새 네 번째 상장계획 철회다. 앞서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상장 작업을 멈추고 미국 증시 IPO를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케이뱅크 철회 전 상장을 계획을 접은 기업이 한 곳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급속도로 공모주 시장이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들의 잇단 상장철회 배경으로는 상장일 주가 하락으로 인한 기관투자가들의 투심 악화가 꼽힌다. 최근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첫날부터 급락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관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할 유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이후 상장한 13개 신규 공모주 중 더본코리아를 제외한 12개 종목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크게 하락한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 폭은 평균 20%를 넘는다. 일부 기관들은 상장 첫날 주식을 대거 매도하며 큰 수익을 올렸는데, 이젠 더 이상 '초단타'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발표된 이후 지속하고 있는 국내 증시 부진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상장일 주가를 받쳐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과 가상자산 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이전처럼 상장 당일 급격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는 한 관계자는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면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고 있는 데다, 미국 증시와 비트코인으로 수급이 분산되면서 펀드 자금 유입도 줄어들고 있다"며 "그동안 기관들이 많은 물량을 받으려 공모가를 높이 불렀는데,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졌으니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상장 계획을 접은 기업 네 곳은 재정비를 마쳐 내년 초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거래소의 심사 효력 유지 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인데, 연초 공모주 시장 반등 시점을 노릴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에는 DN솔루션즈, LG CNS, 롯데글로벌로지스, 서울보증보험 등 조 단위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대어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어 또다시 수급이 분산되면 재추진을 노리는 기업들은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를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위축한 것 역시 10월과 11월에 기업들의 상장이 대거 몰리면서 투자자들의 수급이 분산된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권사 IPO 담당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도 채권 시장처럼 연초가 되면 수급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일명 '연초효과'가 내년 초 수많은 상장 기업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씨케이솔루션 등 한 달 새 상장 철회 4곳
상장일 주가 추락에 기관 대상 수요예측 부진
美증시, 가상자산 자금 이탈 영향도
"내년 초 상장 노리는 기업 多…수급 분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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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11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