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파산 기업 급증하는데 매칭은 어려워…캠코 역할 커지는 구조조정펀드
입력 24.11.19 07:00
회생·파산 기업 급증에 구조조정 매물 늘어
캠코의 기업구조혁신펀드 역할론 부상
'고위험' 구조조정 투자, 민간 자금 매칭은 여전히 과제
  • 금리 인상기 이후 한계에 내몰린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부실자산 처리 전문 기관인 캠코는 기업구조혁신펀드 등을 통해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들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앵커 투자자다. 다만 구조조정 투자가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PEF들이 민간에서 추가 자금을 출자받기 어려운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1~3호는 성장금융이, 4호부터는 캠코가 담당하게 됐다. 캠코는 지난해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기업구조혁신펀드 신규 조성 및 운용업무를 넘겨받았다. 부실자산 처리 전문 기업인 캠코로 구조조정 업무를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이 펀드 이관 배경으로 거론된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캠코가 국책은행으로부터 출자받아 모(母)펀드를 조성한 후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선정해 해당 운용사가 조성하는 자(子)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최근 구조조정 매물이 급증하자 캠코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을 신청한 기업 수는 1657건으로 전년 대비 65% 급증했다.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사전적·사후적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약정총액의 60% 이상 투자해야 한다. 사전적 구조조정은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재기를 돕는 투자를, 사후적 구조조정은 회생절차가 개시된 기업 등을 M&A를 통해 구제하는 투자를 말한다. 

    캠코는 2027년까지 총 4조원의 펀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는 지난해말 조성을 완료해 투자를 집행 중이고, 5호는 위탁 운용사 6곳을 선정했다. 다만 이달 13일 기준 5호 운용사 중 자펀드 결성을 완료한 운용사는 그래비티자산운용 한 곳으로, 캠코는 연내 펀드 조성 완료와 투자 집행 한 건 이상의 실적을 원하는 등 보다 속도감 있는 투자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조정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신속한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캠코는 이번 5호부터는 구조조정 투자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다. 사후적 구조조정 대상을 회생·워크아웃을 거치지 않은 신용위험평가 C등급 이하 부실징후기업으로까지 넓혔다. 

    구조조정 매물 증가와는 별개로 기업구조혁신펀드 운용사들은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LP들의 보수적 투자 기조가 강화하면서인데, 특히 망가진 기업에 투자한다는 주목적이 뚜렷한 펀드다 보니 매칭 자금을 구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운용사들은 블라인드펀드 자금을 모을 때 앵커 투자자에 대규모 출자금을 받은 뒤 은행이나 증권사 캐피탈사 등 금융사에서 매칭 자금을 모은다. 

    펀드 특성상 펀드레이징이 어려운 조건을 고려해 캠코는 펀드결성 이후 민간자금의 최소 매칭요건을 달성하는 방식인 '사후적 매칭'을 허용하고 있다. 기업구조혁신펀드 4호의 경우 선정 운용사 5곳 중 2곳이 사후적 매칭을 신청했다. 운용사들은 시간적 여유는 늘었지만 금융사들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여전히 꺼려 매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부터 금융사들은 바젤3 도입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중요해져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구조혁신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억눌려왔던 부실이 터지면서 회생 및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급증해 구조조정 매물은 많다"면서 "다만 GP입장에선 망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니 만큼 굉장히 신중해야 하고, LP들도 '구조조정'이라니 쉽게 투자금을 내주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