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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라이프가 출범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인적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 안팎에선 연말 인사를 앞두고 ‘신한맨’이 얼마나 중용되느냐에 관심이 모인다.
그간 핵심부서들은 오렌지라이프 출신들이 차지해왔지만, 그룹 차원에서 ‘원(One) 신한’이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올해 연말인사가 그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인사를 앞두고 신한라이프가 뒤숭숭하다. 당초 예정되었던 신한생명 노조와 오렌지라이프 노조 통합도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알려진 바로는 오렌지라이프 노조 측이 통합안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한금융 내부에서 신한라이프에 대해 ‘원 신한' 전략 강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금융계열사 대비 그룹과 협업이 상대적으로 잘 안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투자와 관련해서 신한금융 계열사들이 공동 투자를 하는 경우도 빈번한데 이때마다 신한라이프는 ‘개인 플레이’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신한출신 보다는 오렌지라이프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한 영향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신한색깔을 입히기 위해서 ‘신한맨’들을 더욱 중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신한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신한금융 공동 투자 건들에서 신한라이프만 독자노선을 걸을때가 많다"라며 "자산규모로 은행 다음으로 큰 계열사인데 그룹 차원의 투자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협조가 잘 안된다는 평가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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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신한라이프 임원들 면면을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을 제외하고는 핵심 보직에 오렌지라이프 출신들이 줄줄이 자리잡고 있다. 재무그룹장(CFO)인 박경원 부사장은 오렌지라이프 재무그룹장 출신이다. 영업조직을 이끄는 FC사업그룹 총괄에 김범수 부사장, 자산운용그룹 총괄 구도현 상무, DX그룹 총괄 한상욱 상무, 상품개발 총괄 최현철 상무 등이 오렌지라이프 출신이다. 올해 7월 오렌지라이프 출신 황미연 인사총괄이 물러나면서 신한생명 출신인 임현진 상무가 인사총괄 자리에 올랐다.
그나마 계리부문은 신한생명이 주도권을 가져간 모양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각자의 계리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신한생명 프로그램을 채택하면서 인사도 신한생명이 주도권을 가져가게 됐다는 평가다.
한 계리전문가는 "계리부문에선 신한생명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지면서 신한생명 출신들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모양새다"라며 "하지만 재무, 영업 등에선 오렌지라이프 출신들이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가 주도권을 가져가는 배경으론 서로 다른 태생이 꼽힌다. 오렌지라이프는 경력 중심의 채용을 중시하는 문화였다. 반면 공채문화가 강했던 신한라이프는 순환보직을 통해서 인력을 관리했다.
합병 이후 업계 4위의 대형사로 탈바꿈하면서 직군의 전문성이 강조되다 보니 자연스레 오렌지라이프 출신들이 ‘서바이벌’했다는 평가다. 더욱이 조직문화에 있어서도 외국계인 오렌지라이프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반면 신한은 국내 금융사의 연공서열 경직된 문화가 강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같은 업무를 맡은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출신 인사들이 업무 발표를 하면 상대적으로 전문직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근무한 오렌지라이프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밖에 없다"라며 "이러다 보니 결국 주요 부서에 총괄들이 오렌지라이프 출신으로 채워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오렌지라이프 인수 시점부터 ‘원 신한’ 정책을 밀어붙이기 힘들었던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던 2018년 채용비리 혐의로 인한 대주주 적격성 이슈 등 법적 리스크가 불거지며 금융당국 승인 문제가 화두로 등장했다. 당시 신한금융은 금융위원회 사무국장 출신인 성대규 당시 보험개발원장을 신한생명 사장으로 내정하는데 이와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성 사장은 통합 신한라이프 초대 사장에 오르며, 신한라이프 출범에 기여한다. 현재는 금융당국 승인 이슈가 있는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추진단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반면 KB금융은 푸르덴셜 인수 당시 KB금융 출신 인사들을 통합 추진단장에 앉히는 등 인수 초기부터 KB금융 색깔 입히기에 나선 바 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승인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원 신한’을 밀어붙이기에는 잡음이 나올 수 있었다"라며 "이 때문에 신한 출신이 점령군처럼 조직을 장악하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에서 전략 업무를 담당한 이 사장은 실적면에서 안정적으로 신한라이프를 이끌고 있다. 올해 말 임기만료인데, 지주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에서 연임이 점쳐진다. 연임과 함께 은행 등 그룹 인사들이 통합을 강조하며 ‘낙하산’ 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함께 거론된다.
한 신한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는 “올해 신한금융에서 대규모 인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 출신 인사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가 관심사다”라며 “신한라이프도 신한금융 및 은행 인사들이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큰 계열사로 거론된다”라고 말했다.
핵심보직 대부분 오렌지라이프 출신 차지
"그룹 차원 협력 증대되려면 '원신한' 돼야"
이영종 사장 연임 여부· 은행 출신 인사 가능성
"그룹 차원 협력 증대되려면 '원신한' 돼야"
이영종 사장 연임 여부· 은행 출신 인사 가능성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11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