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사 최초로 미국 증권사인 '벨로시티'를 인수했다. 

20일 한화생명은 19일 미국 기반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벨로시티(Velocity Clearing, LLC)의 모기업 지분 75%를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거래 금액은 약 2500억원이다. 벨로시티 경영진이 나머지 소수 지분을 유지할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세계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에서 직접 금융 상품을 조달하고 판매할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2003년에 설립된 벨로시티는 뉴욕을 거점으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반의 증권사로 청산 및 결제 서비스, 주식대차거래,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한국, 중동, 유럽, 라틴아메리카 등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상장주식 중개 사업을 확장했다.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인수는 대한민국 대표 보험사의 역량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마중물이자 장기적 성장을 견인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벨로시티의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직접 활용하고, 기존 경영진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의 조기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직원들도 기존 직원을 유지할 계획이다.

한국 주식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가 늘고 있다. 국내 증권사에서 주문을 하면 미국 현지의 중개사가 거래를 이어주는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수수료가 중개사에 돌아간다. 한화금융그룹이 벨로시티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수수료 비용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미국 투자 수요도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벨로시티 마이클 로건(Michael Logan)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 모델을 토대로 미국 내 신규 투자 자본 유입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베트남 진출 이후 2023년 누적 흑자 전환을 기록했고, 국내 보험사가 단독 출자해 설립한 해외 현지법인 중 최초로 본사에 배당했다. 올해 4월에는 인도네시아의 노부은행(Nobu Bank)에 지분을 투자하며 국내 보험사 중 첫번째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했다.

이번 인수절차는 미국과 한국 양국 감독당국의 인허가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개최된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방안’으로 국내 보험사의 해외 금융회사 인수 허용방침을 발표했다.

이번 거래에서 한화생명은 BDA파트너스에서 금융 자문을, 스캐든(Skadden)에서 법률 자문을 받았다. 벨로시티 및 투자자들은 Houlihan Lokey에서 금융 자문을, Wollmuth Maher & Deutsch와 Schulte Roth & Zabel에서 법률 자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