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부진에 상장 연기했는데…FI들 "내년엔 엑시트 가능할까?"
입력 24.11.25 07:00
FI들, 내년 초 증시 반등 기대 속 상장 재추진
'뻥튀기 상장' 사라졌는데도 상장일 주가 공모가 하회
내년초 상장 준비 기업 많아 상반기 수급 분산 우려도
  • 공모주 시장에 한파가 불며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요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한 기업들은 내년 초 상장 추진을 계획 중인데, 내년에도 증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워 성공적인 엑시트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상장을 철회한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은 모두 내년 초 상장 재추진을 계획 중이다. 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6개월 이내 상장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의 상장 예심 통과한 시점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이 내년 1분기께 수요예측을 다시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상장 준비 기업들의 FI들은 내년 초 증시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연초에 기관들이 새로운 장부(book)으로 자금을 집행하면 공모주 시장 또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연초효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상장에는 성공했지만, 의무보유 확약 (락업) 기간 동안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지켜봐야 하는 FI들 또한 내년 초 증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FI들이 가진 기업 지분은 상장 이후 1개월에서 1년 간 락업 기간이 존재하는데, 락업 기간이 끝나도 주가가 부진하면 보유 주식 매도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상장을 철회한 기업의 FI는 "수요가 부진해 상장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내년으로 상장을 미뤘는데, 내년 초에는 지금보다 증시가 나아져 엑시트 엑시트할 수 있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내년 초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은 점차 사그러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희망 공모가 하단에서 결정된 기업들마저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등 공모주 시장 침체의 골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에스켐은 상장 첫날 공모가(1만원) 대비 29% 내린 7090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하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쓰리빌리언은 공모가(4500원) 대비 9% 내린 4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밴드 하단이나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를 확정했음에도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며 IPO 시장이 당분간 살아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새내기주들의 주가 부진은 희망 밴드 상단 초과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뻥튀기 상장'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뻥튀기 상장이 사라졌음에도 주가가 부진하면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초에도 상장이 몰리면 또다시 수급이 분산돼 수요가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DN솔루션즈, LG CNS, 롯데글로벌로지스, 서울보증보험 등 조 단위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대어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위축한 데에는 10월과 11월에 기업들의 상장이 대거 몰리면서 투자자들의 수급이 분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최근 밸류에이션이나 성장성을 합리적으로 따져보고 수요에 참여하는 분위기인데, 밴드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종목들도 상장 첫날 주가가 빠지면서 IPO 시장이 당분간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 초 증시도 트럼프 당선 이후 전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