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차ㆍ법카'도 비용절감 대상…파트너 혜택 살피는 회계ㆍ법무법인
입력 24.11.26 07:00
차량 지원 줄이기 검토하고 법카도 제한 신설
규모는 커지는데 업황 둔화…비용절감이 화두
파트너 방 없애고, 비서·운전기사 인력 줄어
"관가도 줄이는데…" 의전 혜택 감소 불가피
  • A 대형 회계법인은 내년부터 파트너 법인차량 지원을 없애는 안을 검토했다. 내년부터 당장 진행하지는 않게 됐지만, 장기적으로 대상을 줄이는 방안 검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B 대형 법무법인은 최근 법인카드 사용에서 지역 제한 규정을 추가했다. 일부 법인들은 이미 진행하고 있는 규정으로, 식대 등을 지원하는 법인카드를 남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회계법인과 법무법인들 경영진들의 내년 비용 절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장이 둔화하고 챙길 식구는 늘어나는데, 대기업 등 주요 고객들이 최대한 지갑을 닫는 등 내년에도 업황이 마냥 좋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러한 기조하에 법인의 ‘꽃’으로 불리는 파트너들의 복리후생 등 혜택도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파트너로 승진하면 방ㆍ차ㆍ비서가 생긴다'는 개념은 점점 더 사라질 전망이다. 인원이 늘어나고 매출 규모도 커졌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한계를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혜택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혜택 대상자의 ‘조건’이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언급된다. 

    파트너 차량 지원은 배당 등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파트너 복리후생 중 대표로 꼽힌다. 법인 내에서는 꽤 중요한 업무여서, 차량 관련 일을 담당하는 팀 혹은 임원이 따로 있을 정도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경영진에서 해외 사례나 비용 절감을 고려해 파트너 차량 지원 등을 줄이고 싶어 하는 기조가 있다”며 “단기간에 변화는 어려워도 전반적으로 복리후생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법인들의 차량 지원은 업무상 이동이 잦은 파트너들을 지원해 주는 제도로, 운행차량의 차종과 등급은 직급이나 지원 금액에 따라 다르다. 삼일회계법인은 파트너급은 제네시스 G80, 부대표급 이상은 제네시스 G90을 제공하고 있다. 

    삼정KPMG는 상무 직급부터 법인 차량 지원을 적용하고 있다. 업무 관련 차량 유지비(유류비, 통행료 등)를 지원한다. 이외에도 휴대전화 사용료, 비서 지원 등이 파트너 복리후생 제도에 속한다. 딜로이트안진도 차량 임차비용(월 렌트비) 및 유류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파트너 직급별 차등 지원이 되고 있다. 항목별로 초과 비용은 제한하며 범칙금이나 과태료는 본인이 부담한다.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등 주요 법무법인들도 차량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회계법인과 다르게 명확한 ‘직급’이 없다 보니 명시된 직급별 차등은 없다. 다만 소위 ‘연습 파트너’를 제외한 지분 파트너, 즉 에쿼티 파트너(EP)가 되어야 제공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실적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개인이 사용할 법인 차량을 구입할 수 있다.

    사실상 본인의 배당에서 차감이 되는 셈이지만, 차량을 세전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만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차종 제한은 없지만 금액 한도는 법인별로 정해져 있다. 

    특히 전관 영입이 많은 로펌은 변호사 개인별로 영입 조건 및 계약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수, 파트너 내에서도 혜택이 일관적이지 않다. 운전기사 지원도 과거에는 개인 운전기사는 해당 파트너가 인건비를 부담하고, 법인 공용은 법인과 파트너가 반반 부담하는 식으로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일부 인력 말고는 활용이 많지 않아졌다. 

    운전기사 지원은 주로 전관 영입 조건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에는 선호되는 조건이었으나 최근에는 번거로움이나 개인 프라이버시 이유로 선호도가 줄고 있다. 주 52시간제도 이후 운전기사 인력을 줄여온 기조도 고려된다. 

    차량 지원 이외에 파트너 복리후생은 법인별로 세부적인 차이는 있다. 전자기기 지원, 휴대전화 통신비 지원, 사내 동아리 활동 지원, 헬스클럽 제휴 등이 속한다. 예로 법무법인 광장의 경우 PC와 태블릿 PC를 2~3년 주기로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세종은 PC만 지원한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법인별로 상황이 다르고 개인별 사정이 있지만,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외 유학을 줄이고 국내로 돌리는 추세도 있긴 했다“며 “현재 복리후생 변화와 관련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없어도 어느 한 곳에서 없애기 시작하면 따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변하는 글로벌 기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로 딜로이트안진은 딜로이트 글로벌이 2040까지 RE100 달성 목표를 설정함에 따라 법인차량도 친환경 차 지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 경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용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글로벌 회계법인들의 파트너 차량 지원제도는 중국이나 한국 등 일부 국가만 남아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법인들도 점점 줄여나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주요 자문사들은 통상 도심의 핵심 오피스에 자리하고 있다 보니 렌트비도 만만치 않다. 임차 계약 기간이 다가온 법인들은 렌트비 인상을 고려해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경영진의 고민이 크다.

    마냥 임대 공간을 늘릴 수는 없으니, 사무실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일부 회계법인들은 파트너들도 따로 지정 공간을 부여받지 않고, 때마다 방을 예약해서 사용하고 있다. 법무법인은 통상 변호사면 개별 방을 쓰는 구조이지만, 일부 법인에서는 대표 변호사도 1년 차 변호사와 같은 크기의 방을 사용하는 등 효율화(?)가 이뤄지고 있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해외 회계법인들은 파트너들도 방이 없어진 지 꽤 됐는데, 스마트 오피스나 디지털 업무 환경의 영향이 크다”며 “외부 근무가 잦다 보니 고정 좌석이 아니라 예약해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화가 이뤄지면서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 조직이 커진 점도 있다.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에서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업하는 비서 조직도 업무 자동화의 영향으로 업무 지원 비중이 예전에 비해 감소했다. 이에 과거에는 비서 한 명이 2~3명의 파트너를 담당했다면 최근에는 5~6명을 담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젊은 세대들이 복리 후생 제도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 점도 제도 축소를 고려하는 지점이다. 법인차량의 경우 사용이 제한적이고, 차종은 자유지만 어쨌든 금액 한계가 있다 보니 선택지가 좁아진다.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회사의 ‘지원’에 대해 눈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일부 회계법인의 경우 최근 들어 법인 차량에 대해 월별 운행일지 제출의 의무가 생겼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개인마다 선호 차는 있겠지만, 복리후생보다는 배당을 많이 받는 게 우선이라는 인식이 크다”며 “갈수록 EP가 되기 어려운 점도 파트너 혜택에 대한 관심이 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 금융감독원 부원장도 소나타를 타고다닐 정도로 관가도 의전 비용을 줄이는 추세라 사기업들도 비용은 점점 줄여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