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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5위 롯데그룹이 한 유튜버가 제기한 루머에 흔들리고 있다. 미니스톱을 ‘미니톱’, 당기 순이익을 ‘단기 순이익’으로 표기하는 등 내용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팩트는 그 루머에 롯데가 휘청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흔들림은 계속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양축, 유통과 화학이 어려운 게 근래의 일은 아니다. 몇 년동안 이어지고 있는데 전통적인 산업 사이클 상으로는 한번 회복이 돼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에서야 고강도 긴축에 돌입했다.
그룹은 보유현금과 부동산 가치를 언급하면서 유동성 위기는 말도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 사이 시장에서 롯데렌탈 매각을 제안한 게 기사로 나오고 부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자칫 유동성 위기설을 허투루 보기 어렵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부에서 뭔가 조율이 되지 않는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호남석유화학을 시작으로 롯데케미칼을 위시한 석유화학업은 지금의 그룹 사이즈로 성장할 수 있는 데 크게 기여한 게 사실이다. 유통 및 식품 중심이었던 그룹이 경공업과 중공업을 모두 겸비한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게 당시 평이었다. 신동빈 회장 개인적으로는 이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데, 그리고 형제의 난에서 명분을 쥘 수 있었던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항상 의문을 품었다. 롯데의 사업포트폴리오에선 현실은 보이지만 미래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특히 석화부문은 중국이 휩쓸텐데”라는 걱정이다. 활황일 때 돈을 긁어모아 ‘넥스트’에 대비를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고 그것만큼은 신 회장의 큰 실기(失期)였다고 한다.
롯데가 안팎에서 여러 부침을 겪었고 그것이 그룹의 키를 돌리는 데 큰 어려움이 됐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중국의 사드 보복, 형제의 난으로 인한 소송전, 국정농단 연루로 인한 오너의 부재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롯데는 시간도, 이미지도 잃었다.
롯데는 위기상황에 맞게 여러 조직 개편을 단행해보기도 했다. 2017년 그룹 정책본부를 경영혁신실로 바꾸고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및 기타 등 4개 분야 계열사들의 협의체인 비즈니스유닛(BU)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BU는 옥상옥 조직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4년만에 폐지됐다. 2021년 더욱 빠른 변화 관리와 미래 관점에서 혁신 가속화를 위해 헤드쿼터(HQ)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순혈주의를 버리고 외부 인사 영입으로 변화를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를 보면 HQ 체제 역시 성공했다고 보긴 어렵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아래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내년 3월 임기만료)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내년 3월 임기만료)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 등 4명의 부회장이 있다. 신동빈 회장은 여러 차례 경영진에게 혁신을 요구하고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올해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회장의 ‘특명’에 기대에 미치는 딜(deal)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뜩이나 ‘롯데는 살 줄만 알지 잘 팔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제는 팔릴만한 것들도 많지 않다. 그러니 작금의 롯데 위기에 부회장 등 경영진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금 재계는 구조조정 중이다. 유동성 위기설 자체를 떠나 과거 레버리지 시대에 키워왔던 몸집을 줄이는 데 혈안이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그에 비해 롯데는 그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마땅히 보여줄 미래도 없다. 회장이 지시했지만 결과를 보면 ‘영(令)’이 서지 않는 모습이다. 누가 결단을 내리고 실행을 하며 책임을 지는지 명확하지 않다. 3세 경영까지는 아직 먼데 그 공백을 채워줄 이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이번 롯데의 인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그룹 미래가 달려 있다는 뻔한 레토릭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결국 구조조정의 결단과 책임은 오너 경영인에게 있다. 밑에서 알아서 해오지 않는다면 신동빈 회장이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 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오너가 직접 하는양 행동으로 실행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이가 있어야겠다. 롯데그룹은 작년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12월에 진행하던 정기 인사를 11월말로 앞당기기로 했는데 그 메시지를 인사에서 보여줘야 한다.
Invest Column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11월 26일 07:4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