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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10조원 자기주식 매입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처리 방안으로 발표된 건 3조원 규모다. 일단 내년 2월까지 매입할 3조원의 자사주는 소각하기로 결정했는데, 주가의 가파른 하락세를 '일단' 멈추는 데는 성공했다.
초대형 M&A 추진이 가능한 10조원이란 재원을 자사주를 사들이는데 소진하는데 대한 논란이 결코 적지 않은 상황인만큼 소각분을 제외한 7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1차 매입 프로그램과 같이 소각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설지, 아니면 갈수록 약해지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보강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전략을 펼칠지 두고 봐야 한다.
다소 갑작스러운 1차 자사주 매입의 표면적인 배경은 가파른 주가하락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물론 400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의 손익을 막아보겠단 목적도 있겠으나, 가파른 주가 하락세에 오너 일가 주식담보대출의 담보유지비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혔다.
오너 일가는 약 12조원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 상당한 금액을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했다. 담보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선 삼성전자의 주가가 일정 수준(홍라희 여사 약 5만8000원,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약 6만3000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약 5만9000원)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오너 일가는 아직 4조원의 상속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너일가가 보유 지분 등을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홍라희 여사와 이부진 대표와 이서현 사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 등의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현재 증권가에선 이부진 대표와 이서현 사장의 삼성생명 지분 약 1조3000억원과 삼성전자 지분 약 7조2000억원, 홍라희 여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약 2700억원과 삼성전자 지분 약 7조원 규모가 매물로 출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즉 상속세 납부로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그리고 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상속세 부담, 정치권의 금산분리 강화 움직임,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 가능성 등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과 관련한 문제"라며 "삼성전자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4.8% 미만으로 약화할 수 있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통해 사실상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의 지배력 강화하기 위해선 비교적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란 평가도 있다. 물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지분을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을 활용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
아직 처리 계획을 밝히지 않은 7조원의 자사주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핵심 계열사를 인수하는데 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이 최대주주(43%), 삼성전자가 2대주주(31%)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바이오로직스 지분과 삼성전자의 자사주를 교환한다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한층 강화한다. 이는 곧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오로직스의 사업적 성장세는 상당히 높게 점쳐지고 있고, 내년부터 현금 배당까지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 또는 삼성전자의 현금흐름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로직스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22.6%)와 삼성물산(17.1%)이 동시에 대주주로 있는 삼성SDS의 활용법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삼성그룹 시스템통합(SI)업체인 삼성SDS를 삼성전자가 흡수합병하는 시나리오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기업가치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소규모 합병이 가능하다"며 "소규모 합병이 진행되면 삼성SDS의 대주주인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증가한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는 꾸준히 삼성SDS 지분을 처분했기 때문에 삼성SDS의 지분을 보유한 인사는 이재용 회장이 유일하다. 추후 삼성SDS의 주가가 상승한 시점에서 합병이 추진된다면 앞서 언급한대로 삼성물산은 물론 이재용 회장의 유의미한 삼성전자 지분율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바이오로직스, 삼성SDS 등 핵심 계열회사 지분을 확보하는데 소진한다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계열회사의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분할·합병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이 대두할 가능성 역시 커진다.
사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당장 추진될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그룹을 향한 외부 공세가 점차 거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사전에 방어하기 위해 작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성장성은 정체했고, 주가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내리긴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 엘리엇, 블랙록이 주주제안을 했던 것과 같이 삼성전자를 향한 외부의 공격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 최근 여당에서 '총주주 보호 의무 신설' 내용이 담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점 역시 국내 상장 기업들에 대한 외부의 개입 여지가 늘어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따라서 지배구조 개편,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그룹차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전략이 추가적으로 등장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국내 M&A 역대 최고가와 맞먹는 규모
삼성의 하만, 하이닉스의 낸드 사업도 10兆
"주가 부양 한계, 外人 이탈 가속화" 평가도
소각 후 남은 7조원 자사주 활용법 이목 집중
삼성SDS·바이오로직스 등 계열 지분 인수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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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11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