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CP 유통 부진...1兆 규모 단기 자금 융통 '우려'
입력 24.11.28 07:00
위기설 이후 CP 유통 감소
12월 만기 CP 약 1.2조원
신용등급 정기평가도 부담
"위기설 과하지만 잡음 부담"
  • 롯데그룹의 단기 자금 조달 통로에 황색불이 켜졌다. 기업어음(CP) 일부가 원활하게 유통되지 않으며, 차환 및 신규 발행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거란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그룹의 전체 CP 규모만 1조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12월 만기 CP 규모는 ▲롯데지주 3000억원 ▲롯데건설 3000억원 ▲롯데쇼핑 2000억원 ▲호텔롯데 2000억원 ▲롯데케미칼 1000억원 ▲롯데캐피탈 700억원 등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신용 리스크가 이어지며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CP 등 단기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올해 롯데케미칼은 CP를 약 6000억원 발행했지만, 회사채는 발행하지 않았다. 롯데케미칼은 일부 회사채에 재무약정(커버넌트) 위반 사유가 발생해 사채권자집회를 앞두고 있다.

    아직 표면화하진 않았지만, 롯데케미칼 사태 이후 투자시장 일각에서는 롯데그룹 CP 매수를 꺼려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한 운용사는 일부 수익자로부터 펀드 등에 롯데그룹 CP를 담지 말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현재 발행된 CP의 거래량도 이전 대비 줄어들고 있는 추세로 파악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 관련 CP의 회전률이 전체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롯데그룹 위기설의 우려가 과도했다는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잡음이 생긴 이상 채권시장은 보수적 입장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2월에 있을 신용등급 정기평가도 롯데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실제로 강등될 경우 롯데그룹 유동성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펀드는 내부 규정에 따라 채권 신용등급이 일정 기준보다 낮은 경우 투자하지 못한다. 이 경우 펀드에서 기계적으로 롯데그룹 관련 상품이 배제된다.

    앞서 신용평가 3사는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실적 부진을 이유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 여파로 롯데지주와 롯데물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한 단계씩 낮아졌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도는 롯데지주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고, 롯데지주 신용도는 계열사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부정적' 전망을 받으면 6개월 내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 유동성 이슈는 금융당국은 물론, 대통령실도 주의깊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태가 도래하진 않을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정부는 거시경제금융현안회의를 통해 롯데그룹 유동성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아직까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선 단기적인 투자심리 급변을 우려하고 있다. 위기설 이후 꺾인 투심이 오히려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 전반적으로 업황이 안 좋지만 이렇게까지 비화할 일은 아니었다"며 "다만 공황매도(패닉셀)로 롯데그룹 채권 매물이 대거 나오더라도 기관 차원에서 일단 대기하기로 했다.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있으면 CP 유통과 발행 등에서도 당분간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