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계열사에 '양종희 색깔' 내기...KB 계열사 인사 폭 커질 듯
입력 24.11.27 20:27
전문성 중시 지난해 인사 기조 지속
발탁 인사로 조직 장악력 강화 포석
은행 이어 증권ㆍ생명ㆍ카드 변동폭 커질 듯
주력 계열사 CEO 연쇄 이동에 분위기 쇄신
  • KB금융그룹이 새 KB국민은행장으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발탁했다. 지난해 예고됐던 양종희 회장의 색깔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란 평가가 나온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연쇄 이동도 점쳐진다.

    KB금융지주는 27일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당초 이재근 현 은행장의 연임이 점쳐지던 상황에서 전격적인 인사였다. 대추위는 이번 인선을 두고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되는 최초 사례"라며 "지주, 은행, 비은행 등 KB금융의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탁월한 성과를 입증했다"고 부연했다.

    대추위는 이환주 은행장 내정자의 조직 관리 능력을 높게 산 것으로 파악된다. 이 내정자는 2022년부터 3년간 KB라이프생명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2023년 전산통합 등 인수후통합(PMI) 절차를 마무리했다. 연금보험을 중심으로 영업 조직을 세팅해 KB손해보험과 주력 영역을 차별화하고, 이익 구조를 사차이익(死差利益) 중심으로 변경해 중장기 성장성을 확보한 것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내정자는 은행 시절 지점장을 거쳐 개인고객그룹에서 근무하며 영업 경험을 갖췄고, 은행 및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치며 재무 경험을 쌓았다. 금리 하락기 순이자마진(NIM)을 관리하며 영업 조직에 새 방향성을 제시할 인물로 낙점된 배경으로 꼽힌다.

    양 회장의 인재상이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환주 내정자(1964년생)가 이재근 현 행장(1966년생)보다 2살 많다는 점에서 세대교체에 의미를 두긴 어렵다는 평가다. 양 회장이 앞으로의 국민은행에 '영업 및 재무 경험자'가 필요할 것으로 봤고, 여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골랐을 거란 평가가 우세하다.

    이는 지난해 계열사 CEO 때에도 나타났던 인사 원칙이다. 당시 KB금융은 손해보험에 내부 출신 재무 스페셜리스트인 구본욱 전무를, 캐피탈에 은행 출신 구조화금융 전문가인 빈중일 본부장을, 자산운용에 삼성자산운용ㆍ공무원연금공단을 거친 운용 전문가 김영성 전무를 각각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연계증권(ELS) 사태를 겪은 은행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교체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양 회장이 이번에 발탁한 CEO들과 함께 내년 5월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만큼, 조직 장악력을 높이며 연임에도 대비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은행장 인사는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비은행 계열사 인사 폭이 커질 거란 신호탄으로도 풀이된다. 

    올해 KB금융그룹은 은행ㆍ카드ㆍ증권ㆍ생명 등 5개 주요 계열사 CEO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 중 벌써 2명이 교체 대상이 된 까닭이다. 특히 올해엔 이익 비중이 높은 주력 계열사 CEO들이 교체 후보가 됐다는 점에서 그룹 분위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환주 내정자가 행장으로 이동하며 공백이 된 KB라이프생명 대표 자리에는 새로운 인물이 발탁될 전망이다. 

    이환주 대표와 함께 푸르덴셜생명 인수 및 PMI를 책임졌던 임근식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과 KB손해보험 출신으로 지주에서 보험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박효익 전무가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푸르덴셜생명 출신 내부자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회자되지만, 현 집행임원 중 중량감있는 인사가 없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의 경우 올해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비용 절감과 건전성 관리를 통해 순익을 30% 이상 늘리며 연임이 점쳐졌지만, 비슷한 시기 취임한 이재근 행장이 교체되며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지주 CFO로 카드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재관 부사장과, KB캐피탈 출신 전략통으로 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한 김세민 부사장 등의 이름이 언급된다. 은행에서 영업 경험을 쌓은 '뱅커'가 비교적 부담없이 갈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정문철 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KB증권의 경우 4연임을 거쳐 6년째 재임하고 있는 김성현 대표와 채권돌려막기 관련 경징계를 받은 이홍구 대표의 교체가 언급되고 있다.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가운데 IB부문 출신인 강진두ㆍ조병헌 부사장 중 한 명을 IB부문 대표로 발탁하고, 은행 출신 자산관리(WM) 전문가를 파견해 각자대표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회자된다. 지주 인사 중에서는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으로 KB증권 홀세일을 담당했던 서영호 부사장 정도가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은행장 인사를 통해 지주 부사장→비은행 계열사 CEO→국민은행장 으로 이어지는 그룹 CEO 육성 사례가 만들어졌다"며 "아직 양종희 회장의 차기를 논하긴 이른 시기인데다 금융당국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부회장'직을 활용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