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에 임종룡 회장 '런던 인맥'...'한일' 출신으로 '상업' 견제 포석?
입력 24.11.29 14:35
한일출신 발탁으로 조직안정 꾀해
영업통 발탁해 우량고객 확보 나설 듯
정진완 부행장 런던근무 시절 임 회장과 인연도 부각
  • 우리금융지주가 한일은행 출신의 영업통 은행장을 전격 발탁했다. 손태승 전 회장의 불법대출 사건으로 조직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상업출신 행장에 이어 한일출신 행장을 선임하면서 안정을 꾀했다는 평가다. 

    더불어 새 행장 후보가 임종룡 우리금융 지주 회장이 주영국대사관 참사관 시절 교분을 쌓았다는 점 때문에 ‘런던 인맥’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현재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맡고 있는 남기천 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파벌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조직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정 후보는 1995년 한일은행으로 입행해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정 후보 선임의 배경에 대해 우리금융은 "국내외 영업 현장을 두루 경험해 우리은행이 필요로 하는 영업력을 갖추었고, 특히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탁월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전략 마인드와 추진력을 보유한 인물"이라며 "후보군 중 가장 젊은 68년생으로 대내외적으로 좋은 평판을 갖고 있고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정 후보 선임의 배경으로 '조직 안정'을 가장 먼저 거론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전 회장 불법대출 건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조병규 행장 교체도 불법대출에 따른 여파다. 조 행장이 불법대출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금감원은 여전히 우리금융지주 현 경영진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국정감사 고비를 무사히 넘겼던 임종룡 회장 역시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 정례 간담회를 마치고 “우리은행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에 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재임 시에도 유사한 형태의 불법이 확인됐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우리금융은 그 어느 때보다 조직안정과 쇄신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금융 자추위는 지난해 행장 선임때와 마찬가지로 은행장 숏리스트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을 똑같이 분배하면서 인사 과정에서 잡음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다. 

    이번 행장 인사를 앞두고 우리금융 안팎에선 '한일 출신 손태승 회장으로 인한 위기'라는 점이 강조되며 상업은행 출신들이 약진할 것이란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상업 출신인 박장근ㆍ유도현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가장 먼저 조명을 받았던 배경이다. 

    다만 이미 조병규 행장 시절 주요 요직을 주로 상업은행 출신들이 담당하며 '한일 차별'이라는 잡음이 나왔던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상업은행 출신을 행장으로 중용하면 차별 논란이 한동안 지속될 수도 있었을 거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손 전 회장 이슈에도 불구, 한일 출신을 선택한 건 한 쪽에 너무 많은 힘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태승 불법대출 건으로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 간 파벌 싸움이 다시금 조직 안정을 해치고 있다는 관전평이 적지 않았다”라며 “상업(권광석)-한일(이원덕)-상업(조병규)에 이어 다시 한일 출신 은행장을 선임해 탕평책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힘을 받은 또다른 배경으론 ‘영업통’이란 점이 언급된다. 

    우리금융은 떨어지는 자본비율로 인해서 영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대출 등 신규영업을 줄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은행의 근간인 영업을 무턱대고 줄이기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 우량고객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서 영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정 후보가 차기 은행장으로 낙점된 배경으로 꼽힌다. 

    물론 임종룡 회장과의 개인적인 인연이 급부상한 건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해석된다. 새 행장 후보가 임 회장의 이른바 ‘런던 인맥’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임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당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주영국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일했다. 이 당시 인연을 맺은 사람 중 하나가 당시 대우증권 런던지점장이던 남기천 현 우리투자증권 대표다. 당시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일하던 정진완 후보 역시 임 회장과 자주 어울리며 교분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까닭에 정 후보는 정통파 영업맨이면서도 임 회장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 '회장 측근'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아직 자산 및 이익 중 우리은행 비중이 절대적이라, 은행장에 '신뢰할 수 있는 인사'를 앉히는 게 중요했을 거란 평가가 뒤따른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소위 '지라시' 등을 통해 파다하게 퍼진 '임종룡 사퇴설'의 배후로 일부 상업은행 출신 유력자들이 지목되기도 했다"며 "금융당국의 정조준을 받고 있는 임 회장 입장에선 '코드 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지더라도 일단 믿고 맡길 수 있는 행장을 선임하는 게 중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