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주택은행' 출신 회장ㆍ행장 시대 맞은 KB금융
입력 24.12.04 07:00
취재노트
이환주 내정자도 주택은행 출신
KB금융 파벌 문화 없어졌다지만
과거 ‘KB사태’ 악몽은 남아있어
인사시즌 작은 불씨라도 조심해야
  • KB금융지주가 KB국민은행장 ‘깜짝인사’를 단행했다. 계열사 CEO를 은행장에 발탁하면서 현 행장 연임이나 부행장 승진 발탁 인사가 있을 거란 예상을 뒤엎었다. 

    게다가 또다시 회장, 은행장직에 모두 주택은행 출신이 자리하게 됐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지만 과거 '채널갈등'이라 불렸던 파벌싸움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는 KB금융으로선 인사 후 잡음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KB금융그룹이 이환주 KB라이프 대표를 KB국민은행장으로 선임했다. 이 내정자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에 주택은행에 입행해 영업과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한동안 잊히긴 했지만, KB금융은 주택은행과 국민은행간 파벌 싸움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1채널(국민은행) 출신과 2채널(주택은행)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기 위해 극한 경쟁을 벌였다. 이는 2014년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이 바뀌는 사상초유 ‘KB 사태’의 원인으로도 거론되곤 한다. 

    이 때문에 외부인사로 영입되어 ‘KB 사태’를 봉합한 윤종규 전 회장은 출신 별 안배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후문이다.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키로 한 뒤 첫 은행장으로 장기신용은행 출신인 허인 전 행장을 발탁한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차기 회장 후보군을 위해 부회장직을 신설하면서도 이런 기조는 계속됐다. 당시 양종희, 허인, 이동철 부회장은 각각 주택은행, 장기신용은행, 국민은행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윤 회장 시절에는 파벌 간 다툼이 외부로 드러난 바가 없다. 자연스레 임원들 사이에서도 어느 은행 출신에 대한 꼬리표가 옅어지기도 했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윤종규 전 회장의 '친(親) 주택은행'이라는 이미지는 그룹 안팎에서 조금씩 회자돼왔다. 윤 회장을 삼일회계법인에서 스카웃해온 이가 고 (故) 김정태 전 통합 국민은행장인데, 김 전 행장이 합병 전 주택은행장을 거쳤기 때문이다. 윤 전 회장이 허인 전 행장 후임으로 주택 출신 이재근 행장을 선택하고, 후임 회장 역시 주택 출신 양종희 회장이 선임되며 이 같은 이미지가 강화된 부분도 있다. 

    물론 능력에 따른 합리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적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룹 안팎에서 '어느 은행 출신이냐'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다는 평가다. KB금융이 인사에 있어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온 것과 별개로 금융지주 내 ‘파벌싸움’은 세간의 관심을 끌 흥미로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금융만 하더라도 여전히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이냐가 인사에 중요한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숏리스트(적격후보자)에 양쪽을 동수로 배분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 

    KB금융도 이번 인사에서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던 이런 '출신성분'이 회자되고 있는 점은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근 행장에 이어 이환주 내정자까지 주택은행 출신이 연달아 은행장이 되면서, 주택은행 출신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게 아니겠냐는 구설수가 불거질 수도 있어서다.

    특히나 금융지주 인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금융당국도 인사의 공정성 부분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는 만큼 KB금융 역시 작은 부분 하나라도 더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잊혀져 가고 있지만 ‘파벌싸움’의 가장 큰 아픔을 겪은 것도 KB금융이다. 무엇보다 인사와 관련해선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