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계엄, 쿠데타로 오인"…화들짝 놀란 외국인들, 韓시장 리스크 예의주시중
입력 24.12.04 10:37
계엄선포에 외인 투자자들 "쿠데타로 오인"
금융당국 안정화에 총력 "증안·채안 펀드 가동"
外人들 지난밤 원화채 포지션 점검
정치적 리스크 확산에 '外人 이탈 가속화' 지켜봐야
  • 지난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우리나라 재계는 물론 국내외 주요 투자자들이 동요했다. 기업들은 주요 행사를 취소하고 핵심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열었고 여의도 증권가는 여전히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역사상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계엄'이란 단어가 생소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밤 계엄 선포를 '쿠데타'로 오인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정치적 리스크가 한국 자본시장에 퍼지고 있단 우려가 나온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4일 '지정학적 상황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Credit Uncertainties Increase As Geopolitical Developments Take Another Turn)'란 주제로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 및 주요 산업의 신용위험에 대해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해당 세미나는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대외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한국 경제의 전망과 기업들의 대응책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예상됐으나, 지난밤 정치적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애초의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 논의를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이슈를 흡수하는 모양새가 됐다.

    세미나 자체가 개최되지 못할 뻔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외국 연사들이 많다보니 글로벌 보안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세미나 개최 한 시간 전에나 인허가가 났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 그리고 한국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해외 귀빈들을 한국으로 초청해야 하는데 한국 내 지정학 및 정치적 리스크가 갑작스레 확산하면서 보안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동요하면서 원-달러 환율 시장도 요동쳤다. 지난밤 원화 가치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고 안정화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율 정상화까지 다소 오랜 시일이 걸리게 되면 글로벌 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복잡한 계산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항공, 조선, 방산업은 물론이고 대미(對美) 비중을 높이고 있는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 역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원화 채권의 향방도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 채권에 대한 대규모 매수세를 나타내왔는데, 매도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당수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계엄 선포 이후 외신을 통해 소식이 전해지자, 원화채 관련 포지션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최대한 가동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우려했던 국내 증시가 요동치는 상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한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단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살펴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