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당시 해외 출자 올스톱…尹 탄핵 정국, PEF 시장 한파 위기감
입력 24.12.09 07:00
해외 LP들 "韓 정치적 리스크 문의 쇄도"
정권 교체시 對투자시장 정책 방향성 모호
朴 탄핵 당시, 해외 기관 출자 검토 전면 중단하기도
국내 주요 기관들도 尹 탄핵 정국 예의주시
PEF만 보이는 M&A 시장에 영향 미칠까 촉각
  • 대통령 탄핵 정국에 들어섰다. 7일 탄핵소추안이 부결됐지만 야당은 매주 탄핵안을 재상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국정 운영의 동력이 약해짐을 넘어서 마비상태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파가 향후 자본시장까지 고스란히 전달될 전망이다. 

    지난주 계엄이 선포될 무렵부터 한국 시장에서 투자활동을 하는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해외 출자자(LP)의 문의에 대응하느라 분주했다. 당장 "자금 집행을 중단하겠다", "출자를 보류하겠다" 수준의 급진적인 반응이라기보단 한국 시장의 정치 리스크를 면밀히 파악하겠단 의도에 가까웠다.

    국내 한 대형 PEF 운용사 관계자는 "계엄 선포 이후 해외 LP들의 문의에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며 "계엄은 단 시간 내 해제됐지만 여전히 향후 한국 정치 상황 및 투자시장 전망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향후 탄핵정국까지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인데, 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을 연상케 한다. 당시 상당수의 해외 출자자들은 국내 운용사(GP)에 대한 출자 사업을 멈추거나 상당 기간 지연됐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할지, 그리고 실제 집행한 자금들의 안정성은 보장되는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정부 차원의 투자 시장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명확히 내려지기 전까진 해외 LP들의 출자가 원활하지 않았다. 정책적 수혜를 입었던 투자분야(섹터)와 앞으로 수혜를 입을 분야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기존 포트폴리오의 회수 여부 또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구조조정, 신성장 투자 등 PEF에 대해 어떠한 정책적 주제가 주어질지 예단하기 어렵고, 국내 대기업들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배경도 깔려 있었다. 

    국내 PEF 운용사 한 대표급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엔 해외 LP들의 출자가 사실상 올스톱 됐었다"며 "탄핵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걷히면서 해외 LP들이 출자를 재개하기는 했으나 전략적 방향성을 잡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혼란한 정국 속에서도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출자 사업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진 않았다.

    다만 기관들의 출자 기조의 변화는 컸다. 새정부에서 벤처 생태계 육성이란 대전제를 제시하면서 벤처캐피탈(VC)에 연기금·공제회의 자금이 급격히 유입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 주요 기관들은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출자사업을 쏟아냈고, 미래가 유망한 기업들의 성장과 이를 위한 자금투입에만 초점을 맞춰도 모자랄 VC들은 포트폴리오 기업의 일자리 수를 일일이 헤아려야 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정책 자금이 VC 시장에 쏟아졌던 부작용은 이제야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PEF 본연의 역할인 구조조정 시스템도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PEF를 활용한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은 이어졌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 돈을 벌지 못하고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좀비기업의 자연스런 퇴출 또는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시스템은 붕괴했다. 

    대신 새정부의 투자시장 정책이 '일자리 창출', '금융의 적기 지원', '공적지원'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연스레 구조조정이란 단어보다 구조혁신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산업 구조혁신에 앞장서고, 일자리를 창출하되, 활발한 투자·회수를 통해 LP들에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PEF 운용사들은 방향성을 찾는데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탄핵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 기관투자자 및 이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GP들은 초긴장 상태이다. 이미 연말에 예정됐던 행사를 취소하는 기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P들이 위축하고, 출자 기조를 확실히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내년도 한국의 M&A 시장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확장보단 생존이란 경영전략에 방점을 찍은 대기업들이 M&A 시장에 주요 원매자로 등장하긴 어려워 보인다. 결국 올해 펀드 결성을 완료하고, 막대한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잔액)을 쌓아둔 PEF 간 거래만이 눈에 띌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역시 투자시장에 대한 정책적 방향성이 모호한 상황에선 활발한 거래를 예단하기 어렵단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