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매각, MBK 식 '금융지주 판 흔들기'…이 판국에 인수할 수 있을까
입력 24.12.10 07:00
매각 주관사 UBS 선정…결국 금융지주가 원매자 후보
MBK, '다시 비은행' 기대?…후보 간 경쟁 유도할 듯
지주들 '카드사' 업황 잘 알아…'보험' 확장 더 선호
"절대 안 판다"던 롯데 변수…PF 부실도 우려 여전해
'초대형 불확실성' 탄핵 정국 장기화도 돌발 변수로
  • 롯데카드 매각이 다시금 시작됐다. MBK파트너스는 주관사 교체 등 매각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금리인하 시기와 발맞춰 내년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MBK는 과거 오렌지라이프 매각 때처럼 ‘금융지주 판 흔들기’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지분 20%를 보유한 롯데그룹의 움직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지분 매각을 비롯한 사업적 제휴가 유지될지에 따라 원매자들의 인수 의사 및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더불어서 정치권이 탄핵 소용돌이에 따라 인수자들이 의사 결정에 나설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5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MBK가 롯데카드 매각을 위해 주관사로 UBS를 선정하고 매각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2022년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롯데카드 매각을  시도한 바 있으나, 금리 인상 등 대외환경 변화 속에 원매자들이 이탈하면서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매각 초기 단계로 아직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선정 등 구체적인 절차에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BK가 주관사와 매각에 대한 논의 등 프로세스를 시작하지는 않았다”라며 “금융지주 인사가 마무리 되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매각가격으로 3조원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말 기준 롯데카드의 자본총계는 3조5000억원으로 동종업계 PBR인 0.8배수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3조원 안팎이 거론된다. 여기에다 MBK파트너스는 유일한 전업계 카드사 매물인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삼성카드, 현대카드를 제외하고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로 재편이 된 상황이다. 

    거론되는 인수 후보들의 면면은 새롭지 않다는 평가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서 인수여력이 있는 하나금융, KB금융, 신한금융 정도가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오렌지라이프 매각 때와 똑같은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다. 당시 신한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및 리딩 금융지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오렌지라이프를 인수 한 바 있다. 이번에도 금융지주 간 경쟁을 유도해 원하는 가격에 매각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인수 후보들은 정해져 있다”라며 “꼭 사야만 하는 곳을 정해두고 금융지주 간 경쟁을 시키는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것이란 설명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지주들의 인수 의지가 매각 성사에 중요한 걸림돌인 셈이다. 

    MBK파트너스는 내년 상반기에 과거 2022년 당시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을거란 관전평이 나온다. 결국 금융지주들이 다시 '비은행 확장'이라는 테마로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점유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신용판매취급액 기준 2021년 18.4%였지만 지난해 말 기준 17.57%까지 떨어졌다. 2위 삼성카드와의 점유율 격차도 1%포인트 안팎이다. 신한금융이 롯데카드 인수 시 확실한 카드업 1위 수성이 가능하다. KB금융은 롯데카드 인수로 업계 1위에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업계 5위권 밖인 하나금융은 상위권 카드사로 발돋움 한다. 

    4대 금융지주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지만 동양생명 인수에도 버거운 상황이라 인수에 나서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오히려 지분 20% 매각을 통해서 자본확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문제는 금융지주들이 '카드업' 확장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같은 비은행이라도 올해 들어 보험과 증권, 그리고 카드에 대한 시선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들의 비은행 확장 '러브콜'은 보험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생보ㆍ손보 라인업을 가장 먼저 갖춘 KB금융은 한숨 돌리고 있고, 생보만 확보한 신한금융은 손보 확장에 고민이 큰 상황이다. 보험 포트폴리오가 약한 하나금융도 보험사를 최우선 검토 순위에 올리고 있고, 우리금융은 동양생명에 베팅하는 데 성공했지만 보통주자본비율(CET1) 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반면 카드업은 전업계 카드사가 7곳에 불과해 과점에 가까운 체제이긴 하나, 은행지주들이 이미 '해볼만큼 해 본' 사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여신전문금융업자인 카드사의 경우 자금 조달을 회사채로만 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 운영 부담이 매우 커지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카드사를 은행과 다시 합병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정부 시책에 발맞춰 '밸류업 프로그램'을 잇따라 발표한 금융지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CET1비율을 확보하며 주주환원율을 50%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은행에 미치지 못하는 카드사를 3조원씩이나 지불해가며 인수해올 곳은 찾아보기 힘들거란 회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은행의 눈으로 보기에 롯데카드의 사업 구조에 리스크가 높다는 점 역시 지적된다. 현재는 신규 취급을 중단했지만, 롯데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기준 1조5000억여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현 조좌진 대표가 취임한 2020년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주로 본PF와 선순위 위주로 이뤄져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점차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해당 자산에 상당한 부실이 감춰져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롯데그룹의 움직임도 변수 중 하나다.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2년 전 매각 당시에만 하더라도 롯데는 해당 지분을 매각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카드와 전략적 관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그룹 차원에서 자금확보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해당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지가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과거 원매자들은 롯데와 지속적인 협업을 요구했다. 롯데카드의 강점은 롯데 유통부문과 포인트 제휴 등 오랜 고객과의 접점이다. 이런 관계가 인수 후에도 지속할지가 원매자들의 인수여부 및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에선 롯데그룹이 지분을 전량매각할지 일부만 매각할지 불확실하지만 자금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라며 “UBS를 선정한 배경에도 롯데와의 끈끈한 관계가 거론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서 돌발변수로 ‘탄핵 정국’이 얼마나 길어질지 현재로서 가늠하기 힘들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연저점을 기록했으며, 환율은 1430원을 넘어서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인수 후보들이 의사 결정을 내리긴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이슈로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를 포함해 인수후보들이 조단위 M&A에 나서긴 힘들 것이다”라며 “MBK로선 인수후보의 인수 의지뿐 아니라 불안정한 국내 정세란 또다른 변수도 맞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