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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금감원은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대규모 인사로 더욱 어수선한 분위기다. 당장 우리금융 등 주요 이슈의 업무 연속성에 금이 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리를 떠나기 전 ‘폭탄’을 던지고 갔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복현의 금감원'에서 방침을 충실히 따르던 실무자들을 대거 발탁했다는 점에서 '내 식구 챙기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원장의 잔여 임기가 7개월밖에 남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평가까지 제기된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본부, 지원부서의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재배치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국장급인 본부 및 지원부서장 75명 중 이진 금융시장안전국장을 제외한 74명을 재배치했다.
부서장 물갈이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본부 부서장 중 절반 이상인 36명을 신규 승진자로 채웠다는 점이다. 기존 주무 부서장은 공채 1기로 이뤄졌다면 이번 인사에서 공채 1~4기로 기수가 대폭 낮아졌다. 이번 인사를 통해 1972~1975년생이 대거 부서장을 맡았고, 1977년생 김세모 분쟁조정 3국장이 최연소로 발탁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1999년 1월 기존의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을 통합해 출범시켰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는 각각의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세대교체 인사로 사실상 통합 이전의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신용관리기금으로 입사한 국장급 인사들은 뒷선으로 물러나게 됐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통합 이전의 국장급 인사들 상당수는 후선으로 밀려나고 통합 금감원 출신들이 금감원을 주도하게 됐다"며 "50대 부서장 상당수가 뒷방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인사를 통해서 조직 장악력을 높여왔는데, 이번 인사는 '결정판'이란 평가까지 제기된다. 이번 인사에서는 1972년생 이후 인사 중 승진자가 대거 배출됐는데, 이 원장의 나이가 1972년생이라는 점을 들어 '승진 기준을 본인의 나이로 삼은 것이냐'는 말까지 회자된다.
이전의 변동폭을 넘어서는 대규모 인사에 당장 업무 연속성에 대한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실무 최고 책임자인 국장급 부서장이 대거 바뀌면서 이들이 새로운 업무를 파악하는데에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융사들도 금감원 인사에 맞춰서 감독 업무 담당자가 대거 바뀌게 된 셈이라 이들 면면을 파악하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다른 한 관계자는 "인물이 있으면 빨리빨리 바꾼다는 분위기이지만 지속가능한지 구조인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최소한 부서장이 되려면 총괄 팀장도 몇 년씩 경험해 봐야 하는데 그럴 만한 사람들을 '탈탈 털어서' 부서장을 시켜버리니 부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지부터가 걱정"이라고 밝혔다.
계엄 이후 탄핵정국에 들어서며 현 정국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 생활을 함께해 측은으로 꼽히는 이 원장 역시 내년 6월까지인 임기를 다 채울지 단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실 상 임기 중 마지막 인사인데다 관심이 정치권으로 쏠린 시기에, 본인 입맛에 맞게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 식구 챙기기'에 나서며 금감원장 퇴임 이후를 생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의 운영 방침에 충실했던 인원 위주로 대거 국장급 승진 인사를 단행하면서, 퇴임 이후에도 일정부분 관계를 가져가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사권은 금감원장의 고유권한이지만 조직을 생각한 인사는 아니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원장이 임기 완주가 불확실한 상황이 되자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금감원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물갈이 인사를 통해 탄핵 정국서 본인의 존재감을 입증하려 했다는 해석이 많다"라며 "계엄 사태 이후 각종 회의가 많아지는 등 보여주기식 행보도 늘어났는데, 이에 대한 직원들 불만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물갈이식 인사가 조직에 안정성에도 해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컨데 이번 인사이후 금감원 실무진들 사이에선 승진을 기피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굳이 '부서장'을 달아야 하느냐는 푸념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임원인 부원장급들은 계약직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경우가 빈번했다. 취임 후 6개월만에 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인사로 국장급 역시 부원장급과 마찬가지로 '파리 목숨'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중 박봉에 가까운 금감원 직원 입장에선 그나마 한 업권을 관할하는 국장이란 꿈을 쫓아왔는데, 해당 직급의 고용 안정성이 무너지며 조직에 대한 로열티까지 영향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에서 국장은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취업제한 규정이 더 빡빡한 1급 국장에 대한 선호도는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2급 국장의 경우 맡은 업권에서 취업제한이 되지만 1급은 금감원이 관할하는 업무 전반에 취업제한이 걸려서 사실상 금융기관뿐 아니라 기업에도 취업제한에 걸린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서 팀장급 경험을 쌓고 국장이 되기전에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이 더욱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직장으로 인기가 없는데, 물갈이 인사로 금감원 이탈인력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후선으로 밀린 금감원 국장들이 갈만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고민거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달 발표하기로 했던 우리금융 검사 결과 발표가 내년으로 연기된 점 역시 이번 인사의 후폭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현 경제상황 및 금융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금융 등 금융권의 주요 검사결과 발표를 내년 초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정기검사를 지휘하던 한구 전 은행검사2국장은 최근 중소금융 담당 부원장보로 승진했다. 박진호 은행검사1국 팀장이 은행검사2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이 자리를 메웠지만, 이 원장의 임기 완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업무 연속성을 이어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서장 75명 중 74명 재배치 '물갈이 인사' 단행
'세대교체' 꾀했지만 내부에선 업무 연속성 우려
우리금융 검사결과 발표도 내년으로…'후폭풍'
임기 완주 불확실성 커지자 인사로 존재감 부각
'세대교체' 꾀했지만 내부에선 업무 연속성 우려
우리금융 검사결과 발표도 내년으로…'후폭풍'
임기 완주 불확실성 커지자 인사로 존재감 부각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12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