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부재에 정치 이슈까지...내년 초 IPO 시장 한파 예상
입력 24.12.13 07:00
비상계엄·탄핵 정국에 외인 투심 얼어붙어
연말 상장 예정 기업들 줄줄이 IPO 일정 연기
토스·무신사·야놀자 등 해외 IPO도 '빨간불'
  •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 연말연초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상장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IPO 시장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9일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인 아이에스티이는 국내 증시 불안정성과 공모시장 위축으로 인해 상장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아이에스티이뿐 아니라 계엄사태와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 4일 이후 여러 기업이 상장일정을 연기했다. 성인교육 콘텐츠업체 데이원컴퍼니는 6일로 예정됐던 수요예측 일정을 내년 1월 6일로 연기했고, 자동차 솔루션 기업 모티브링크,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소재 기업인 삼양엔씨켐이 기존 일정을 1월에서 2월로 미뤘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 침체에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외국인들의 투심 악화까지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IPO 시장은 국내 주식시장의 지수 흐름에 영향을 크게 받는데, 정치적 혼란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의 수급이 불안정해졌다는 설명이다. 당분간 증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려워 투심이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인 입장에선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이 투자하는 비중이 1~2% 수준일 텐데, 굳이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 지수가 빠르게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 리스크가 확대하며 IPO 일정을 앞둔 기업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게 됐다. 이달 일반청약을 진행하는 기업은 온코닉테라퓨틱스(9~10일), 온코크로스(9~10일), 듀켐바이오(11~12일), 쓰리에이로직스(13~16일), 파인메딕스(16~17일)으로 총 5곳(스팩 제외)이다. 

    앞서 계엄사태 직후 일반 청약을 진행했던 엠앤씨솔루션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엠앤씨솔루션은 올해 마지막 코스피 IPO 주자로 기대가 모였지만, 일반 청약과 기관대상 수요예측에서 한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겨우 미달을 면했다. 주당 공모가도 희망범위(8만~9만3300원) 하단 미만인 6만5000원에 확정했으며, 공모 주식 수도 150만주에서 120만주로 줄였다. 

    해외 증시 IPO를 앞둔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됐다는 평이다. 현재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무신사, 야놀자 등 조 단위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기업들이 나스닥 시장을 저울질 중이다. 이들 기업이 국내 변동성으로 기업가치를 충분히 평가받지 못할 수 있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실제 지난 3일 계엄 사태 이후 나스닥 상장사인 쿠팡은 10%,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는 6% 대 하락하는 등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한 증권사 IPO부서 관계자는 "MNC솔루션 수요예측이 흥행해야 올해 하반기 공모주 시장이 반등할 수 있을 거라는 컨센서스가 존재했는데, 수요예측 결과가 저조해 반등할 동력을 잃었다"며 "기업 가치보다 증시 분위기 영향을 많이 받는 공모주 특성상 상장을 연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