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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올해 사업조정에 분주한 중에도 인공지능(AI) 육성 고민은 놓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SK 디렉터스 서밋 2024' 등 여러 공식 석상에서 AI 경쟁력 확보를 주문해 왔다. 그룹은 6월 경영전략회의 이후 2026년까지 80조원을 확보해 AI와 반도체 등 미래성장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지난 5일 정기인사에서 그룹의 의지가 재확인됐다. 지주사 SK㈜는 CEO 직속으로 'AI 혁신' 조직을 신설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로 했고, SK텔레콤은 AI와 통신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저마다 AI 접점을 늘리기로 했다. 그룹의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업을 강조하지만 세계 시장을 주도할 존재감을 갖추기까진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하는 AI 관련 사업 중에선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가장 경쟁력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앞서 그룹의 데이터센터 자산을 활용한 자금조달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SK그룹에서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자체 통신망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사업을 하고 있고, SK㈜ C&C도 판교 등에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다. 하반기 들어 한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이런 사업과 자산을 합친 법인을 만들고 소수지분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작년 KT의 KT클라우드 투자유치와 비슷한 구조가 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당시 KT클라우드는 기업가치 4조6000억원을 인정받고 사모펀드(PEF)로부터 6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이런 구조라면 SK그룹이 사업 주도권을 가지면서 막대한 투자금을 마련하게 된다. 몇몇 인프라펀드가 투자자 후보 물망에 올랐다.
한 대형 PEF 관계자는 "구체적인 거래 조건이 시장에 오가지는 않았지만 SK그룹 내 AI 데이터센터 관련 자산을 모은 후 신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키우겠다는 청사진이라 거래 규모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거래는 수면 위로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식화하기 전에 시장 상황을 살피고 구조를 고민한 것인데, 계열사간 입장이나 투자 조건을 조율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어 계열사와 IB, 투자자 모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SK텔레콤 입장에선 고객이 줄을 서 있는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를 편입해 시장에 어필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SK㈜ C&C는 알짜 자산을 넘기는 게 달갑지 않다. SK그룹은 최근 수익보장에 소극적이다. 소수지분 투자자 입장에선 안전보장 없이 현금흐름만 보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다른 대형 PEF 관계자는 "몇몇 인프라펀드가 SK그룹 데이터센터 자산에 소수지분 투자하는 방안을 살폈다"며 "확정적인 수익보장은 없고 순수 현금흐름을 보고 투자하는 방식이었던 터라 거래를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각 계열사에서도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유치를 검토하는 움직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제 막 정기인사가 끝난 만큼 조직 정비 등 후속 작업만으로도 분주하다는 것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사업 투자 유치를 위한 동력은 남아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박진효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윤풍영 SK㈜ C&C 사장 등 주력 인사들이 유임된 터라 전략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정기인사에선 세 회사의 협업이 여러 차례 강조되기도 했다. 자문사를 통해 시장 분위기가 확인된 만큼 거래 구조를 바꿔 투자 유치를 다시 고민하지 않겠냐는 예상도 나온다.
5일 정기인사서 AI 육성 의지 재확인
데이터센터 자산 활용 가능성에 주목
KT식 투자유치 고민했지만 아직 빈손
계열사 조율 및 수익 보장 등 변수로
사장단 유임 속 거래 현실화할지 관심
데이터센터 자산 활용 가능성에 주목
KT식 투자유치 고민했지만 아직 빈손
계열사 조율 및 수익 보장 등 변수로
사장단 유임 속 거래 현실화할지 관심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12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