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보단 자존심?…삼성물산-현대건설, '상징성' 띤 한남4구역 수주 경쟁 심화
입력 24.12.13 07:00
양사 모두 조합 보다 낮은 공사비 제시
파격적 금융지원에 대대적 홍보까지
얼어붙은 재건축 시장서 주목받는 유일한 사업장
새해 마수걸이 초대형 계약에 업계 1~2위 정면승부
  • 대통령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탓인데, 현 정부에서 활기를 불어넣던 재건축 시장도 내년의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어진 형국이다. 점점 높아지는 공사비에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업장이 늘어난 상황에서 탄핵 정국까지 맞아 부동산 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도 시공사 간의 치열한 수주 경쟁 구도가 펼쳐진 사업장이 있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각각 1~2위 업체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는 한남4구역(용산구 보광동 일대, 면적 11만4,930㎡)이다.

    한남4구역 조합이 책정한 총 공사비는 약 1조6000억원, 준공이 완료하면 총 2300세대 이상의 대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조만간 홍보관을 열고 조합은 내달 중순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대표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경쟁 입찰에서 맞붙은 건 이미 10년이 훌쩍 넘었다. 

    강북권 최대 규모의 사업비, 한강과 맞닿은 우수한 입지, 가구수 대비 조합원 수가 적어 우수한 사업성 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건설사가 수주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강북 한강변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장이란 '상징성'이 크다.

    두 회사가 '수익성'보다 '수주'를 제1의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보니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조건들이 등장했다.

    삼성물산은 ▲총 공사비 1조5695억원(조합 제시 1조5723억원) ▲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에 해당하는 이주비 대출 ▲이주비 최소 12억원까지 지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장 없이 필수사업비 및 사업촉진비 3조원 이상 책임 조달 ▲물가인상에 따른 공사비 314억원 자체 부담 ▲환급금 발생시 분양계약 30일 이내 100% 환급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의 표면적으로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를 크게 밑도는 ▲총 공사비4885억원 ▲아파트·상가 미분양시 100% 대물변제 ▲사업비 전액 양도성예금증서(CD)+0.1% 책임조달 ▲총 공사 기간 49개월▲아파트‧상가 미분양시 100% 대물변제 등의 사업조건을 내세웠다.

    두 회사 모두 재건축 시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을 원천 봉쇄하겠단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조합원들에게 각 사의 조건들을 알리기 위한 여론전도 격화하고 있다. 특화 설계는 물론 금융지원, 공사비에 대한 상세한 조건들을 하루가 멀다하고 홍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과거 도시 재정비 사업에선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시공사가 직접 또는 용역업체를 통해 조합원들을 개별 접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실제로 2017년 잠실 대규모 정비 사업장에선 대형 시공사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상호 비방전에 소송전까지 비화한 사례도 있었다. 그 이후 시공사들은 홍보관만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수면 아래 자사의 조건을 최대한 어필하기 위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삼성물산은 한남 뉴타운에 첫 입성을 노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에 이은 한남4구역까지 현대건설 밸트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이 내달 18일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수주에 성공하면 새해 마수걸이 계약이된다.

    물론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추후 탄핵 정국이 미칠 파장은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추이를 예단하기 어렵고, 물가 상승 및 부동산 매수 대기자들의 움직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구 초대형 사업장의 수주가 추후 압구정동을 비롯한 강남권 대규모 재정비 사업장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점에서 두 회사의 경쟁은 한층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