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확고해진 '회전문'...삼성금융사 사장단 코스 된 '금융경쟁력 TF'
입력 24.12.13 07:00
삼성운용 CEO, 외부출신 대신 금융경쟁력제고 TF 출신 기용
금융경쟁력제고 TF 확고한 엘리트코스로 부상
6년 지나면서 출신들 다수 배출하면서
인사적체 문제 발생할 수도
  • 올해 연말 인사에서도 삼성금융사 협의체 조직인 ‘금융경쟁력제고 TF’ 출신이 두각을 나타냈다. 과거 삼성그룹이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구조본), 미래전략실(미전실)로 이어지는 그룹 엘리크 코스가 있었다면, 이제는 금융계열사만의 독자적인 엘리트코스로 금융경쟁력제고 TF가 자리잡은 모습이다. 

    삼성전자 등 제조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가 금융사로 이동하는 사례가 사라진만큼, 앞으로 금융경쟁력제고TF는  ‘사장단 인사 풀’로서 그 역할이 더 공고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3일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이 CEO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가 자리를 지킨 가운데 삼성카드와 삼성자산운용 대표가 교체됐다. 

    임원인사에선 삼성생명 부사장 2명, 상무 6명이 승진했다. 삼성화재는 부사장 4명, 상무 7명이 삼성증권은 부사장 1명, 상무 5명, 삼성카드는 부사장 1명과 상무 3명이 승진했다. 삼성금융은 보험 회계제도변경 등의 영향으로 역대급 실적 호조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와 달리 승진자를 다수 배출했다.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진 점은 금융경쟁력제고 TF의 약진이다. 

    올해 삼성금융사 연말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누가 맡느냐 였다. 올해 3년 임기가 만료되는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그 배경으론 ‘ETF 명가‘로 불리우던 삼성자산운용이 ETF 시장점유율 40%를 내주는 등 2위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추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 운용부문장을 거쳐 삼성증권에 합류한 외부출신 인사로 꼽히는 서 대표에 이어 외부출신 인사가 삼성운용을 이끌게 될 것인지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금융경쟁력제고 TF' 출신인 김우석 삼성생명 부사장이 발탁됐다. 

    김 대표는 연세대 응용통계학을 전공하고 1993년 삼성화재에 입사했다. 2018년 계리RM팀장, 2020년 장기보험보상팀장을 역임한 후, 2020년 금융경쟁력제고 TF 담당 임원을 맡다가 2023년 12월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에 오른 바 있다. 부진한 ETF를 만회하기 위한 소방수로 금융경쟁력제고TF 출신인 김 부사장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김 대표 외에도 이번에 부사장 승진자 중에서 이종훈 삼성생명 부사장, 고영동 삼성증권 부사장이 각각 금융경쟁력제고 TF 출신이다. 삼성증권은 박종문 대표와 함께 고영동 부사장까지 금융경쟁력제고 TF 출신들이 회사를 이끌게 됐다. 

    앞으로도 삼성금융사 사장단 인사에서 금융경쟁력제고 TF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란 평이 많다. 

    삼성그룹에서 미전실이 해체된 이후 금융사 컨트롤타워로 2018년에 설립된 금융경쟁력제고 TF가 6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삼성금융사 내에선 확실한 엘리트 코스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삼성금융사 내에선 금융경쟁력제고 TF에서 경험을 쌓던지 아니면 영업을 통해서 확실히 인정을 받지 못하면 임원이 되기 힘든 구조가 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금융사에서 차출된 금융경쟁력제고 TF 인력은 강한 업무강도를 감수해야 한다”라며 “여기서 만들어진 인맥이 차기 임원 승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금융경쟁력제고 TF 중심으로 인력풀이 한정될 수 있다는 지적은 나오고 있다. 한때는 글로벌 금융을 외치면서 글로벌 금융 경험이 있는 인물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인사들이 삼성금융사 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적이 없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삼성생명 출신에 금융경쟁력제고 TF를 거친 인사들이 비단 보험사뿐 아니라 삼성금융사 사장단으로 중용되고 있는 추세다. '회전문' 인사 경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기조는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라며 “금융경쟁력제고 TF가 설립 6년이 넘어가면서 해당 출신들의 인사적체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