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다시 '트럼프 2기' 대응에 초점 맞추는 대기업들
입력 24.12.17 07:00
불확실성 해소 분위기에 우선순위인 美 통상대응 집중
어차피 트럼프 2기 따라가야…출범용 투자 선물도 검토
어수선한 분위기 계기로 비주력 사업 조정 작업도 박차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표결이 가결되면서 재계도 다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불확실성이 일부 사라지며 당초 1순위였던 글로벌 산업 재편 대응이 속개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탄핵정국이 확정되면서 뒤로 오히려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다는 반응이 늘면서 국내 정치 불안 문제는 다시 2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라며 "어차피 현 정부의 정책에 뚜렷한 방향성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보니, 당초 계획대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국 안정까지 다소 시간이 걸려도 결국 통상 환경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는 구도여서다. 현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건 내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며 내놓는 계획에 한국 정부와 재계가 맞춰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시장 노출도가 높은 산업의 경우 시나리오 검토가 여전한 상황이다. 반도체를 시작으로 전기차·2차전지·태양광까지 현지 보조금·세제 혜택에 따라 사업성 판단이 크게 달라진다. 비상계엄 사태 초기만 하더라도 정부 차원 보조가 공백이 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컸으나, 그 덕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자체적인 대응 여력을 벌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지 사업 비중이 높을수록 환차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불안과는 별개로 당장 환율 변동 덕에 숨통을 트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맞춰 개별 기업 차원 선물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변동 문제로 불안감이 크다고 하지만 중국 현지 경쟁사 견제에선 미국 정부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속대로 보조금을 받아낼 수 있느냐를 넘어서 국내 기업에 유리한 통상 환경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보전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 당시와 마찬가지로 현지 생산설비, 합작법인(JV) 투자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작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현지 고객사 목소리를 최대한 들어주는 것도 불가피하다"라며 "보조금을 줄이건 말건 어차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저가 배터리, 전기차를 막아주지 않으면 캐즘 구간을 넘어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 상황으로 확인된다. 자국 반도체 제조업 부활을 위한 바이든 정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늘고 있으나, 인공지능(AI)과 같은 고부가 영역 구매력은 여전히 현지 테크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당초 계획했던 현지 150억달러(원화 약 21조원) 투자 중 잔여분 110억달러에 대한 용처 역시 트럼프 임기 중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재집권과 국정 혼란이 겹치며 오히려 구조조정 등 작업에 명분이 쌓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투자업계에서도 사태 초기와는 달리 내년 일감 걱정이 줄어들어 차라리 다행이라는 반응이 확인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에 대한 걱정은 남아 있지만, 급변 상황을 계기로 진행 중인 사업 조정을 좀 더 빨리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늘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