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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본원적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운영개선(O/I, Operation Improvement)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의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계열사 수장들도 저마다 신년사를 통해 운영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SK그룹은 작년에 대대적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임원을 줄이면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최악의 위기 상황을 넘기는가 했지만 연말 대내외 변수가 쏟아지며 새해 경영 전망도 흐려졌다. 이에 올해도 운영개선을 중요 화두로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처럼 각 계열사의 사업조정 작업과 투자유치 고민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최근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AI(인공지능)다. 지난달 정기인사 때는 물론 신년사에서도 이런 방향성이 드러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AI가 그룹 미래 도약의 원동력이라고 꼽으며, AI를 실제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에도 AI향 반도체 분야에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SK네트웍스 등 AI 전문 기업을 표방하는 계열사들의 고민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AI와 사업을 접목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본격적인 실적 개선 성과도 내야 한다.
시장에선 SK그룹의 AI데이터센터 사업 전략에 주목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데이터센터 사업을 하고, SK㈜ C&C도 판교 등에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다. 이런 자산들을 묶은 후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각 계열사들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실제 거래가 본격화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SK온의 이차전지 사업은 작년까지 프리 IPO, 그룹 리밸런싱, 미국 정부의 금융지원 등으로 당장의 자금 조달 문제는 해소했다. 올해부터는 재무적 투자자(FI)의 회수를 위해 상장(IPO) 고민도 본격화해야 한다.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운영개선을 통해 경쟁력 있는 원가구조를 갖춰야 한다. 돈을 버는 회사로 탈바꿈해야 할 시기다.
전방산업 부진, 내연기관 친화적인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등은 SK그룹이 관리하기 어려운 변수다. 사업이 반석에 오르기 전에 자금이 마르면 세계 각지의 자산을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 SK온은 여러 차례 FI를 들이면서 투자 조건이 더 빡빡해졌다. 배터리 수요가 주춤한 상황에서 30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그룹 전반의 자금 조달 움직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다. SK㈜는 SK스페셜티 매각으로 유동성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려 했으나 실제 거래 금액은 시장 예상치보다 한참 낮았다. 전방산업 부진 여파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정기인사에서는 계열사 사장들 대부분이 유임됐다. 엄혹한 시기에 사업조정과 자금조달이라는 과제를 일관성있게 추진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산하 화학·에너지 계열사 사업 조정이 중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비주력자산 상당 부분을 정리한 SKC는 올해 유리 기판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SK스퀘어는 작년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 등 자산의 효율화 작업에 공을 들였고 올해는 11번가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SK그룹이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결과론적인 면도 있지만 지금까지 파이낸셜스토리는 '우등' 성적표를 주기 어렵다. 앞으로 제 가치를 인정받고 자산을 매각하거나 자금을 유치하려면 투자은행(IB)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SK그룹 계열사들이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폈지만 이제는 위기 해결이라는 한 목표를 갖고 같이 움직이고 있다"며 "지금까지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에서 IB 전문 인력을 충원해 거래 역량을 보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신년사서 '운영개선' 통한 경쟁력 확보 강조
작년 위기 넘나 했더니 연말 불확실성 확대
SK하이닉스 외 대부분 계열사 유동성 압박
올해도 사업 정리하고 자금 조달 이어가야
작년 위기 넘나 했더니 연말 불확실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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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사업 정리하고 자금 조달 이어가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1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