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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생산 업체 엘앤에프의 교환사채(EB)에 대해 해외 투자자들이 손절매를 택했다. 엘앤에프는 앞서 25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 발행을 취소하는 등 신규 조달마저 막힌 바다. 업황 악화로 투심이 위축되면서 2차전지 업계의 자금조달 경색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해외 투자자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엘앤에프 EB를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된 엘앤에프의 EB를 원금 대비 33% 할인된 가격에 판 것인데, 업계에선 투자자들이 발행사의 원금 상환능력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헐값 매도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한다.
앞서 엘앤에프는 작년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2500억원 규모의 영구CB 발행이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취소된 상태다. 전기차 시장 업황 악화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게 결정적이었다. 회사는 신사업 투자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자금조달을 모색해왔다.
엘앤에프 측은 이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과 재무 발행 비용의 부담이 있어 전략적 결정을 했다"라며 "기존 자금조달의 목적이 재무건전성 확보와 부채비율 개선이었기 때문에 교환사채 취득 및 소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투심 위축이 비단 엘앤에프만의 문제가 아닌, 2차전지 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판매 둔화로 2차전지 셀·소재업체들이 실적 타격을 받은 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2차전지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 축소를 검토하면서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엔솔 주가는 최근 3개월간 20% 가량 하락했고, 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 등은 3일 하루에만 10% 가까이 급락했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와 배터리에 관련된 세액공제를 중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시행세칙 조정 등을 통해 실질적인 보조금 혜택을 줄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주식시장 호조와 메자닌 투자 수요에 힘입어 2차전지 기업들의 EB·CB 발행이 이어졌으나, 최근에는 고금리 등 우대 조건이 있어도 투자 유치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일시적 침체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3사(LG엔솔·SK온·삼성SDI)의 미국 현지 생산능력이 이미 시장 수요의 2배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동률 하락과 수익성 저하가 본격화하며 셀 업체는 물론 소재 업체들까지 적자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 업황이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시각이 늘면서 2차전지 산업의 중장기 상환 능력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가운데 LG엔솔의 회사채 발행 결과가 2차전지 업계 자금조달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가장 성공적으로 상장했고 고객 기반도 탄탄한 만큼, 수요예측 결과가 업계 전반의 투심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설비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경쟁사들도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SK온은 신용등급을 받아 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고, 에코프로는 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보수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SDI도 작년 말 유상증자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L&F, 2500억원 규모 자금조달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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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2월 04일 16:3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