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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으로 소란스러운 고려아연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이례적인 회사채 발행인 만큼, 시장의 수요가 어느 정도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내달 12일을 목표로 4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2년물 및 3년물로 구성돼 있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70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고려하고 있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유력한 상황이다. 추가 선정 가능성도 있다. 두 증권사는 앞서 영풍·MBK와 맞붙은 공개매수 대결 당시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를 주관한 바 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 자금으로 조달한 기업어음(CP)을 차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작년 하반기 영풍·MBK 연합과의 지분확보 경쟁 과정에서 4000억원 가량을 CP로 조달했다. CP는 만기가 짧기 때문에 이를 만기가 긴 회사채로 전환해 조달 안정성을 높이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고려아연이 직면한 불확실성이다. 안정적인 자산을 선호하는 채권 투자자들의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핵심으로 꼽힌다.
고려아연과 영풍·MBK간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영풍·MBK가 더 많은 지분을 보유했지만, 최윤범 회장이 임시주총 하루 전 고려아연 손자회사를 통해 영풍 지분을 매입하면서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의결권이 무효화됐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최근 고려아연을 상대로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경영권 분쟁 향방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이슈로 장기투자가 적절치 않다. 중간에 대주주가 바뀌면 조기상환 사유가 발동돼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야 하는 등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복잡하다. 게다가 경영권 분쟁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을 소진했고 추가 조달 가능성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자금 마련을 위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연 6.5% 고금리의 사모채 1조원을 조달하는 등 자금소요가 컸다. 영풍·MBK와의 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질 경우 추가 자금조달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우량기업이라 하더라도 재무안정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같은 신용등급의 기업들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등급이 AA+로 최우량 기업군에 속하지만, 공개매수를 위한 조 단위 차입으로 국내 신용평가 3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거버넌스 불확실성 때문에 단기물 위주로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금모집을 이끌어야 하는 주관사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의 수요를 모아야 할 뿐 아니라, 금융당국이 회사채 발행을 어떻게 바라볼지도 변수다. 당국은 앞서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관련 자금조달 계획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보고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을 검사했다. 이에 두 증권사는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도 지배구조 위험을 증권신고서에 충실히 기재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MBK파트너스의 가처분 신청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라며 "재무상태는 우량하지만 당국과 투자자들의 정성적 평가에 회사채 발행 성패가 달렸다"라고 말했다.
내달 12일 발행 목표…주관사에 미래에셋·KB 유력
신용등급은 최우량군이지만…경영권 분쟁이란 이례적 사례
공개매수때 조달한 4000억원 CP 차환 목적으로 분석
끝나지 않는 대주주 분쟁·자금 차입이 불안 요소
신용등급은 최우량군이지만…경영권 분쟁이란 이례적 사례
공개매수때 조달한 4000억원 CP 차환 목적으로 분석
끝나지 않는 대주주 분쟁·자금 차입이 불안 요소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2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