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인수 놓고 금융위·금감원 온도차?…칼 자루 쥔 이복현 원장
입력 25.02.17 07:00
금융위, 중국정부 입장 고려 안하기 힘들어
인수 허가안해줄 경우 이행보증금도 고민거리
반면 금감원은 리스크 관리 명분으로
이복현 원장 ‘엄정한 기조’ 강조
칼자루는 이 원장이 쥐고 있는 셈이란 평가
  •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이하 동양생명) 인수 승인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온도차’가 감지된다는 말이 나온다.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와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금감원의 입장차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동양생명 대주주인 중국 정부를 신경 안 쓸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금감원은 이복현 원장을 중심으로 우리금융의 리스크 관리 부실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번 인수에서도 금감원이 금융위보다 더 깐깐하게 승인 여부를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복현 금감원장의 ‘의중’이 중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0일 진행된 금융감독원 ‘2025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금융의 동양생명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동양생명 인수 심사와 관련해 “소비자 보호나 리스크 관리 등에 대해 엄정한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서 “금융위에 부담을 전가할 생각은 없고 모든 책임은 금융당국이 함게 져야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 책임론을 내세웠지만, 일각에선 동양생명 인수 승인을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온도차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우선 금융위에선 상대적으로 금감원보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 인수 무산에 따른 파장을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양생명은 현재 다자보험이 지분 42.01%로 최대주주이며, 다자보험 계열사인 안방그룹이 지분 33.33%로 2대 주주다. 다자보험은 중국 정부가 신설한 회사로 사실상 동양생명은 중국 정부 소유다. 

    그런만큼 금융위로선 우리금융이 중국정부와 인수계약을 맺은 건이다 보니, 해당 계약이 금융당국에 의해서 무산될 경우 중국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도 신경안 쓸 수 없는 입장이다. 거기에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인수계약을 맺으면서 이행보증금으로 1549억원을 제시한 만큼, 계약이 무산되면 해당 금액을 동양생명에 물어주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런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로선 중국 정부와 외교적 마찰과 1500억원에 달하는 이행보증금을 금융당국의 불승인으로 중국에 배상해 줘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런 요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런 고민으로부터 금감원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란 해석이다. 금감원의 본연의 역할이 리스크 관리이기도 하고, 우리금융에서 대규모 부당대출이 발견되는 등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명분은 마련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금감원은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라는 ‘카드’를 쥐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진행한 우리금융 정기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조만간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결과에서 우리금융이 현재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인수 승인에 ‘비상등’이 켜진다. 원칙적으로 금융지주는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받아야만 자회사 인수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3등급을 주더라도 금융위는 자본금 증액 등 조건을 달아 동양생명 인수를 승인할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칼자루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쥐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위가 경영실태평가에 역행하는 판단을 내리려면 그만큼 반대 논리가 촘촘해야 하는 까닭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대해선 섣불리 단정짓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이유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이복현 원장 설득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 원장이 그간 밝힌 ‘엄정한 기조’를 기반으로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떨어질 경우 금융위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에선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아직까진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에만 이목이 집중되어 있지만, 동양생명이 사실상 중국 정부 소유란 점에서 금융위의 승인 고민은 더욱 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