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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의 미국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Essex Solutions)가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에 돌입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LS㈜의 '손자회사'인 사이프러스인베스트먼트의 '손자회사'로, LS㈜의 '고손자회사'에 해당한다.
이 회사는 국내 기업이었다면 공정거래법상 상장이 불가능한 회사란 평가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자회사)를 보유할 경우 '지분율 100%'를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해외법인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를 비롯, 두 곳의 고손자회사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중복 상장ㆍ쪼개기 상장 논란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에식스솔루션즈는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입찰제안서)를 배포했다. 적정 공모가격 및 방법론과 해외 기업의 국내 상장 이력 등을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회사의 국내 증시 상장이 드문 만큼 관련 경험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식스솔루션즈는 권선(enamel wire)업계 1위 기업으로, 전기차·하이브리드차용 특수 권선과 대용량 변압기용 특수 권선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CGI컨소시엄으로부터 2억달러(약 2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상장 준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에식스솔루션즈는 미국과 국내 증시를 검토한 끝에 국내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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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 준비 과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슈페리어에식스의 두 자회사(에식스솔루션즈, 슈페리어에식스 ABL)가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중복상장 및 쪼개기 상장 논란이 일 수 있어서다.
LS㈜의 미국 소재 증손자회사인 슈페리어에식스는 지난 2023년 통신사업 부문을 분리해 슈페리어에식스 ABL(SEBAL)을 설립했고, 이듬해 권선사업부문을 분할해 에식스솔루션즈를 출범했다.
SEBAL은 SKS크레딧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약2000억원)를 투자받으면서 2026년까지 의무상장 조건을 수용했다. 에식스솔루션즈 역시 올 초 약 10억달러(1조 4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양사 모두 IPO를 전제로 투자를 받은 셈이다.
미국에서는 통상 여러 자회사를 둔 지주사 한 곳을 상장시켜 전체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도록 한다. 이는 반복되는 공모로 인한 투자자 피로감을 줄이고, 모회사·자회사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중복 계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같은 모회사 산하 자회사가, 그것도 국내 소재 지주회사의 고손자회사 두 곳이 동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에식스솔루션즈의 IPO가 명백한 불법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공정거래법상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는 평가다. 지주사의 고손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가 국내 기업이었다면 상장이 어려웠을 것인 까닭이다. 공모를 하게 되면 모회사의 지분율 100%가 희석돼 상장이 불가능하다. 다만 해외법인은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지분 보유 규제에 예외인 탓에 이번 상장 추진이 가능해졌다. SEBAL 역시 나스닥 상장을 우선 검토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국내 증시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거래법의 증손회사 제한이 쪼개기 상장을 막기 위한 조항은 아니지만, 그룹사의 쪼개기 상장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에서 많은 기업들의 상장을 지켜봤지만, 고손자회사에 대한 상장은 굉장히 이례적이다"라고 말했다.
LS그룹 관계자는 "규제를 회피해 상장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해외법인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에식스솔루션즈, 국내 증시 상장 위한 주관사 선정 착수
통신·권선사업 분리한 두 자회사 동시 상장 추진에 우려
해외법인이라 가능한 상장... "제도적 허점 보완해야" 지적도
통신·권선사업 분리한 두 자회사 동시 상장 추진에 우려
해외법인이라 가능한 상장... "제도적 허점 보완해야" 지적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2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