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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은행들의 대기업대출 확대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기업들이 부채를 축소하는 분위기인 데다가, 회사채 수요예측 '오버부킹'으로 증액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더 높은 금리로 조달한 대기업대출을 상환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줄줄이 '오버부킹'을 기록하면서 증액 발행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만기도래 회사채 뿐만 아니라 은행 대출을 미리 갚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가 우호적으로 나오다 보니 대부분의 기업들이 증액 발행을 하고 있다"라며 "증액 발행하는 곳 대부분이 작년과 재작년에 높은 금리로 받은 은행 대출 일부를 상환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총 800억원의 자금 마련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삼양사(AA-)는 초과 수요를 받으며 16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는데, 기존 공시했던 회사채 상환 뿐만 아니라 농협은행 차입금 상환에도 약 817억원을 사용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난 18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SK디스커버리(A+)는 1000억원 모집에 7000억원을 확보하면서 1700억원으로 증액발행했다. 이후 기존 만기도래 회사채 뿐만 아니라 신한은행 차입금 400억원을 추가로 상환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은행에서 받은 대기업대출 금리가 4%대 중반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 대출을 상환하고 같은 금액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현재 민평금리를 고려했을 때 약 100~150bp(1bp=0.01%포인트) 정도의 금리를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면 시장 조달이나 은행 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가져가겠지만, 지금처럼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 은행 대출을 상환하려는 곳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선 가뜩이나 신규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대출마저 줄어드는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이 국내 정치 상황이나 트럼프 관세 부과 같은 대내외적 불확실성 때문에 자산이나 부채를 축소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러자 시중은행 영업점에서도 대출보다는 예금이나 FX(외환) 파생거래 등의 업무를 통해 수익 창출 기회를 찾는 분위기다. 통상 대출을 중심으로 거래 관계를 쌓고 기타 부수업무들을 확대해 나가던 것과 거꾸로 된 모습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또한 과거처럼 대기업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다.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과거처럼 금리 경쟁을 통해 '파이'를 늘리는 영업방식을 적용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1분기까지는 분위기를 살피면서 관망 중이란 설명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면서 과거처럼 영업 경쟁에 나서긴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자산 성장에 손놓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과거보다 자본 효율성을 고려하면서 대출을 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의미가 없다"라며 "1분기까지는 분위기를 살피고 이후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 확대에…대기업도 상환목적 외 조달 '보수적'
회사채 시장 활황에 증액 발행하는 기업들 늘어나는데
추가 조달분으로 은행 대출 먼저 갚는 기업들 늘어나
늘리기도 어려운데 줄어드는 대출…부수업무서 숨통
밸류업에 CET1 중요성 커지면서 '금리경쟁'도 어려워
회사채 시장 활황에 증액 발행하는 기업들 늘어나는데
추가 조달분으로 은행 대출 먼저 갚는 기업들 늘어나
늘리기도 어려운데 줄어드는 대출…부수업무서 숨통
밸류업에 CET1 중요성 커지면서 '금리경쟁'도 어려워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2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