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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수혜주’로 평가받던 보험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 배경으로는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 악화와 금융당국의 규제가 거론된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지급여력비율(킥스 비율) 관리가 강화되면서 배당성향이 기대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주에 대한 투자 심리는 위축된 상태다. 일부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업계에서는 사상 최초로 순이익 ‘2조 클럽’에 가입한 보험사가 두 곳이나 나왔다. 삼성생명은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1.2% 증가한 2조1070억 원을 기록했으며, 삼성화재 역시 14% 증가한 2조 원을 돌파했다. 이 밖에도 DB손보, 메리츠화재, 신한라이프 등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보험주 주가는 실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KRX 보험지수는 0.65% 하락해 전체 지수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9.26%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보험주의 부진한 흐름 뒤에는 킥스 비율 하락이 자리하고 있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일반적으로 150% 이상을 유지해야 안전하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보험사들의 킥스 비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자본 확충 압력이 커졌다.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은 지난해 말 180%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165%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 손해보험사들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DB손보, KB손보,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 주요 손보사의 킥스 비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킥스 비율이 낮아지면 보험사들은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금리 부담이 증가하고, 배당 여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졌다.
킥스 비율 하락의 원인으로는 금융당국의 보수적 계리 기준 도입이 지목된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IFRS17 적용 이후 실적을 과대 계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채 평가 기준을 보다 보수적으로 적용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킥스 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부터 보험사의 회계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IFRS17의 취지는 각 기관이 부채를 합리적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이슈에서 편차가 크면 회계 정보에 대한 시장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언급하며 업계의 자정 노력을 강조했다.
이후 금융당국이 IFRS17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킥스 비율 하락이 가속화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금융당국이 정책 기조를 일부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복현 원장은 최근 보험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킥스 비율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 발행이 증가하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본의 질이 제고될 수 있도록 함께 챙겨달라”고 언급했다. 이는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면서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금융당국이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금감원이 미래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할인율 가정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을 완화해 킥스 비율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약 새로운 할인율 가정이 도입된다면 보험사의 킥스 비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보험주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주가가 지나치게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IFRS17 도입 이후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가 계속 바뀌면서, 보험주가 롤러코스터처럼 등락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규제 환경이 수시로 변하다 보니 보험주 주가도 이에 따라 출렁이고 있다”며 “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계의 혼란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노트
금융당국 규제 강화 후 킥스 비율 큰 폭 감소
최근 보험사 CEO와 만남에서
슬며시 규제 완화 가능성 시사
오락가락 금융당국 행보에 보험주는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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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