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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무역전쟁을 넘어 군사·안보 이슈로 확산되면서 국내 관련 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글로벌 경기 순환에 따라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이 주도주로 평가받던 시절처럼, '전력·방산·조선' 업종이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 역시 '돈줄'의 흐름을 따라 이들 업종에서 거래(deal) 기회 발굴에 나서는 분위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자본시장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동양철관은 장중 상한가로 마감했으며, 넥스틸 등 강관업체들도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미·중 갈등 관련 ‘테마주’들이 단순한 단기 수혜주를 넘어 새로운 주도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으로 전력·방산·조선업이 꼽힌다.
과거 2010년대 초반, 글로벌 수출 경기 회복과 중국 경제 성장에 힘입어 현대차,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차·화·정’ 업종이 국내 증시를 이끌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 환경은 미·중 갈등과 미국 중심의 경제 블록화로 전환되었으며, 이에 따라 수혜 업종도 바뀌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 확대, 미국 리쇼어링 가속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붐이 일면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변압기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으며, HD현대일렉트릭, 산일전기, 제룡전기 등 국내 변압기 제조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주가가 364.7% 급등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미국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더불어 고환율 효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산 제품 회피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변압기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전력 수요 증가 때문만이 아니다. 변압기는 국가 전력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력망 해킹, 사이버 테러 위험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변압기 공급망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변압기는 국가 전력망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일각에서는 변압기가 소형 EMP(전자기 펄스)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산 변압기 대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한국 제품이 가격과 품질, 납기 측면 모두에서 이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방산과 조선업 또한 미·중 갈등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파행되면서, 유럽의 군비 확장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NATO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증액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무기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방산 기업들은 글로벌 무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며 수출 확대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방산 업체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KAI) 등이 있으며, 방위산업 관련주를 포함한 ‘PLUS K방산’ ETF는 최근 1년간 7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조선업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이 중국 조선업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한국 조선사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으며, 한국 기업 중 최초로 미 해군 함정 정비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모펀드(PEF)들도 방산, 조선, 전력 업종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업종이 이들로 한정되는 까닭이다.
방산, 조선, 전력 업종의 가격(밸류에이션)은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보이고있고, 이에 따라 이들 업종에 투자하려는 수요 역시 전반적인 시장 상황과는 달리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방산업체의 에비타(EV/EBITDA) 멀티플이 7배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2~13배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방산업이 뜨면서 관련 기업들의 몸값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를 검토하며 유럽연합(EU) 지역의 방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거란 낙관론이 확산한 결과다. 최근 EU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위비용과 러시아 억제력 유지를 위해 향후 10년간 2조7000억 달러(약 3900조원)을 쏟아야할 거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NATO와 무기 규격이 호환되는 국내 방산업체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란 예상이 적지 않다.
전력 관련 업종에서는 변압기 시장이 가장 뜨겁다는 평가다.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변압기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공급은 한정적인 까닭이다. 특히 미국 지역의 변압기 공급 부족은 1~2년전부터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변압기 시장에도 PEF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업력이 오래된 중소형 업체들이 많아, PEF를 통한 업계 구조조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른 PEF업계 관계자는 “변압기 시장은 폐기물 산업처럼 PEF를 통한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진행될가능성이 높다”며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 호황에 기댄 차·화·정에서
미·중 갈등 속 수혜주로 전력·방산·조선 떠올라
방산 ETF 시장 수익률 상위권 기록
관련 업체들 투자 선점 움직임 활발 속
PEF발 업계 통합 가능성도 거론
미·중 갈등 속 수혜주로 전력·방산·조선 떠올라
방산 ETF 시장 수익률 상위권 기록
관련 업체들 투자 선점 움직임 활발 속
PEF발 업계 통합 가능성도 거론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