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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의 수혜주로 부상한 HMM의 매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달 마지막 영구채 주식전환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산업은행 지분만이라도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침체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빅딜로 꼽히는 HMM을 두고 투자은행(IB)과 자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4월 25일을 HMM 주가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날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2대주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마지막 72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후 발행 주식수는 10억2504만주로 확정되며, 산은과 해진공의 합산 지분율은 71.7%에 달하게 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CB 전환이 완료되면 HMM 주가 변동성 요인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그동안 지속된 주식 희석 우려가 사라지면서 HMM의 '진짜 기업가치'가 드러나 매각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업가치 재평가 시점에 맞춰 HMM은 미중 무역갈등의 최대 수혜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해운·조선업계를 압박하면서 국내 해운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까닭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선사 소속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1회당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40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각국 해운사에 소속된 중국산 선박에도 유사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HMM의 경우 보유 선박 80여척 중 중국산은 4척에 불과해 영향이 제한적이다. 오히려 중국 경쟁사들이 타격을 입을 경우 미주 노선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에 HMM 주가는 이달 2만2000원에 근접하며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외국인이 390만주 이상을 순매수하면서 시가총액도 약 19조원에 달해 코스피 상장사 21위에 오른 상태다.
그간 HMM 매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1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이었다. 인수자가 자기 자본은 최소화하고 HMM의 현금과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최근 HMM이 SK해운의 탱커선, 액화석유가스(LPG)선, 벌크선 등 일부 사업부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러한 우려도 일부 해소되는 모양새다. 인수 가격은 2조원대로 알려졌으며, HMM 측은 이달 내 실사를 진행하고 다음달 인수 협상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HMM이 향후 사업 강화를 위해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초 그리스 회사 에반젤로스 마리나키스로부터 컨테이너선 5척을 3억달러(한화 약 4000억원)에 구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도 벌크선 인수를 위해 해외 선주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HMM의 SK해운 사업부 인수는 컨테이너 중심의 현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도, 과도한 현금을 줄여 LBO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며 "LBO 논란은 매도자 측인 당국에게 부담스러웠던 정치적 리스크인 만큼, 여러 지출을 통해 현금을 줄이면 HMM 매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M&A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HMM은 몇 안 되는 대형 거래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여러 자문사들도 HD현대, 포스코 등 잠재적 인수후보 기업들을 대상으로 HMM 매각과 관련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시총이 18조원 이상인 만큼,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지분 약 70%를 인수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 10~20% 수준을 감안하면 10조원 이상의 거래 규모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자문사들은 산업은행의 지분(전환시 40% 내외)만 우선 매각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HMM에 대한 영향력 유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거 하림과 JKL파트너스의 인수 시도 역시 해진공의 견제로 인수 협상이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이에 해진공이 남아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경영을 주도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지속 부상하고 있다. 독일 하팍로이드의 지배구조와 유사한 모델이다.
자문사 고위 관계자는 "HMM이 올해부터 다시 매각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산업은행 지분만 매각하는 방안도 시장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며 "상장사의 약 40% 지분만 인수해도 이사회 구성이나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HMM 지분 매각에 대한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75%로, 금융당국이 정한 건전성 마지노선인 13%에 가까워졌다. 올해부턴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등 핵심 산업 압박이 강화되면서, 삼성·SK 등을 대상으로 한 산업은행의 지원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산은법 개정으로 자본 확충이 추진되고 있지만, HMM 지분 매각은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5조원 이상의 자금을 한 번에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은행의 지분 별도 매각을 위해서는 해양진흥공사와의 합의는 물론, 금융위원회와 해양수산부의 정부 간 조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최종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탄핵 정국 이후 현 정부의 의사결정 공백 상태로 당장은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 측은 "HMM 매각 시점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과 다양한 소통을 갖고 있으나, 연내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4월25일 마지막 영구채 주식 전환이 분수령
10조 부담에 산은 단독 매각 시나리오 부상
빅딜 기근에 인수 후보군 찾아가는 자문사들
10조 부담에 산은 단독 매각 시나리오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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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