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청사진 '현실화 제로' LG엔솔, 주가 언제까지 떨어질까
입력 25.03.11 07:04
상장 3년 만에 주가 반토막…시가총액 4위로 추락
증권사들, 잇단 목표가 하향…경쟁력 하락 우려
공격적 설비투자 불구하고 中업체에 점유율 밀려
LG화학ㆍ국민연금이 매도하면?...수급불균형 우려도
  •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주가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한때 62만9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반 토막 나며 한때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코스피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LG엔솔이 상장 당시 내걸었던 '청사진'은 대부분 현실화하지 못한 상태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산업이 침체에 빠진데다, 중국 경쟁사들이 내수물량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데 성공하며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주주들의 불안감만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0일 LG엔솔 주가는 전일 대비 3% 상승해 34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틀 연속 반등해 지난 4일 6% 급락 전 주가를 회복했다. 이틀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음에도 불구, 현 주가는 여전히 고점 대비 고점 대비 47%, 연초 대비 약 3% 하락한 수치다. 

    시가총액이 81조원대로 회복되며 시가총액 순위 3위도 되찾았다. 지난 6일만해도 시총이 78조원대에 머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시총 순위가 역전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31만10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한 후 10월에 44만원대까지 반등했으나, 다시 급락세로 전환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증권가 역시 LG엔솔의 목표가를 잇따라 낮춰 잡고 있다. 4일에는 목표주가를 현재주가보다도 낮은 30만8000원까지 하향한 리포트가 등장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LG엔솔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며, LG엔솔 주가의 상승여력을 마이너스(-)12.5%로 제시했다.

  • 2022년 1월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화려하게 상장한 지 3년 만에 바닥도 없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상장 당시 LG엔솔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공모 규모만 12조7500억원에 달해 당시 시중 자금을 대거 흡수하며 그해 IPO 시장 문을 닫아버렸단 평가까지 나왔다. 청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기관 기업어음(CP)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와 단기 자금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일각의 공모가 고평가 지적에도 불구, 상장 직후 주가가 두 배까지 급등한 건 배터리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LG엔솔은 상장 당시 공모자금을 국내 생산기지인 오창공장을 비롯 북미 ·유럽·중국 등 해외 생산능력 확대에 투자해 배터리 점유율 1위인 CATL과의 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GM과의 합작회사인 얼티엄셀즈 등 북미에만 5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투자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상장 하루 전날엔 GM과의 세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실제 상장 후 LG에너지솔루션은 공격적으로 설비투자(CAPEX)를 집행했다. 2021년 3조5000억원, 2022년에는 6조2000억원, 2023년에는 10조원으로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13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예상보다 더뎠다. LG엔솔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2024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하이브리드 포함)을 8.5%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7.5%에 그쳤다. 특히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집행한 핵심 거점 중 하나인 유럽 시장은 독일이 보조금을 전격 폐지하며 전기차 시장이 전년대비 -3% 역성장했다.

    이는 LG엔솔의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2023년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둔화하더니,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적자 2255억원을 내며 3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영업손실 규모는 6028억원에 달한다. 비상경영체제에도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고관세 부과에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및 축소로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상장 직후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던 북미 투자 역시 흔들리고 있다. 합작 파트너인 GM은 지난해 12월 얼티엄셀즈 3공장 투자 지분 전량을 LG엔솔에 매각했다.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생산 계획 조정의 일환이었다. LG엔솔이 상장 하루 전 공식 발표했던 바로 그 공장이었다. 

    당장 GM이 받아가기로 했던 배터리 물량 납품처에 구멍이 생기며 주가가 요동쳤다. 지난달 일본 도요타에 일부 납품키로 했으나, 도요타측 주문 물량이 당초 GM과의 계약 물량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유럽의 전기차 수요도 둔화하며 폴란드 공장 가동률은 2023년 4분기부터 하향 조정됐다. 고정비 부담이 상당 부분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과 유럽에서 고전하는 사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중국 위주로 성장하며 중국 경쟁사에 점유율이 밀린 것도 뼈아프다는 평가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전년대비 25% 증가한 1710만대 규모로 성장했는데, 중국 시장은 이 중 64%인 1100만대를 차지했다. 

    전기차 시장이 중국 위주로 성장하며, LG엔솔은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에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2위를 내줘야 했다. 2021년 말 기준 세계 2차전지 시장에서 LG엔솔은 시장점유율 24%로 CATL에 이은 2위였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9%로 떨어지며 BYD(15%)에 크게 밀렸다. 상장 당시 CATL과의 격차를 좁히겠다 했지만, 오히려 격차가 벌어지며 중위권으로 추락하는 모양새다.

    물론 전방 산업이 무너진 건 LG에너지솔루션의 직접적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전방 시장 예측과 해외 정책 변화 가능성까지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까닭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분석도 많다. 

    다만 회복 시기를 점치는 시점은 점점 뒤로 미뤄지며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2025년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을 회복 시점으로 내다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주들은 실적발표 컨콜마다 예상 회복 시기가 밀리는 것을 계속 지켜보기만 했다는 푸념을 내놓고 있다.

    주주환원 역시 2028년 매출 67조원 달성이라는 목표 이후로 계속 연기되고 있다. LG엔솔은 상장 후 배당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재투자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하겠단 목표로 전체 투자 규모의 20%를 미래 성장 준비에 활용한다는 계획뿐이다.

    LG엔솔의 존재감이 흐려지며, 수급 균형이 깨질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슈다. 상장 이후 3년간 LG엔솔의 핵심 매수 주체는 연기금이었다. 상장 이후 연기금이 1조원, 외국인이 1200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민연금공단은 LG엔솔 지분 6.1%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라서 있다.

    연초 이후에도 연기금의 LG엔솔 순매수는 이어지고 있지만, 매수 강도는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처럼 연기금이 100억원 이상 순매도한 날에는 주가도 함께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모회사인 LG화학의 LG엔솔 지분 매각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대량 매각은 공급 증가로 이어져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석유화학 경기 침체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한 LG화학은 거의 매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마다 LG엔솔 지분 활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으나 "활용 가능한 자산이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연초 이후 LG엔솔의 하루 평균 거래규모는 800억원 안팎으로, 시가총액의 0.1%에 불과하다"며 "최대주주가 82%, 국민연금이 6%, 외국인이 4.5% 보유해 유통물량이 지극히 적은 상황에서, 어느 한 주요 주체가 매도를 시작하면 주가가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질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