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메이드 자문사 PT 준비하는 센트로이드PE…기업가치 깎으려는 F&F?
입력 25.03.11 07:05|수정 25.03.11 11:26
센트로이드, JP모건·BofA·모건스탠리 등에 RFP 발송
RFP에 IPO·M&A 비교 요청한 센트PE…금감원 조사 대응中
F&F "EBITDA 3년간 10% 하락" 주장하며 연내 매각 반대
"실적 악화면 지금 팔아야"…양측 기싸움 본격화 예고
  •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이하 센트로이드PE)가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반대입장을 밝혀온 최대 출자자 F&F는 테일러메이드 실적이 지금 하락세라면서 매각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이드PE는 이달 테일러메이드 매각 자문사 선정을 위해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모건스탠리(MS) 그리고 제프리스(Jefferies )등 4곳 가량의 글로벌 IB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달 12일, 13일 이틀에 걸쳐 RFP를 제출한 자문사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문사 선정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약 5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연내 '빅딜'인 만큼 글로벌 IB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일부 글로벌IB에서는 아시아 헤드급들이 나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RFP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중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IPO를 선호하는 F&F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점에서 금융감독원의 자본시장법 위반 조사 가능성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센트로이드PE는 지난달 김앤장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등 대형 로펌들을 선임했다. 이들 로펌들로부터 F&F와의 계약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받아 금감원 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트로이드PE에 따르면 테일러메이드의 지난해 연간 EBITDA는 2억2200만달러(한화 약 3213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센트로이드가 인수하기 직전인 2020년 1억달러(1400억원)에서 122% 증가한 수치다. 센트로이드PE는 이 같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매각 기업가치를 약 5조원(EBITDA의 15배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RFP 발송 소식이 알려지자 F&F는 곧바로 센트로이드와 다른 LP들에게 공문을 발송하며 반발했다. 지난주 발송된 공문에는 "현재는 테일러메이드 매각의 적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이 담겼다.

    F&F는 센트로이드PE의 주장과 달리 "테일러메이드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매년 10% 이상씩 3년간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타이거 우즈와 론칭한 신규 의류 브랜드 '선데이 레드'(Sun Day Red)의 시장 반응이 미미해 추가 투자 및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F&F 측은 인수금융 활용을 대비해 EBITDA 멀티플 10배를 적용하는 게 적당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도 기업가치는 최대 3조원 수준이 적당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F&F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발 분위기도 감지된다. 펀드에 가장 많은 자금을 댄 최대 투자자가 오히려 투자회사의 가치를 먼저 깎아내리는 양상이 벌어진 때문. 

    시장에서는 F&F가 매각 절차를 지연시키고 부정적인 실적 전망을 강조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를 낮춰 싸게 인수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러다보니 투자업계에서는 "만약 EBITDA가 매년 10%씩 떨어지고 있다면, 오히려 지금이 매각의 적기가 아니겠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농협중앙회 등 펀드에 투자한 다른 투자자(LP) 입장에서는 배임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자칫 F&F와 김창수 회장의 이익을 위해 다른 LP들의 이익이 훼손될수도 있기 때문.

    F&F는 테일러메이드 투자 프로젝트 당시 함께 일했던 법무법인 율촌 등과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는 법원에 매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거나 금융감독원에 고발하는 등의 강경 조치는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F&F 측도 조사가 금감원에서 검찰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테일러메이드 매각에는 중국 스포츠용품 기업 안타스포츠를 비롯해 중동 자본, 미국 대형 운용사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F&F가 동의권을 내세워 매각 절차에 제동을 걸고 있어 향후 전개 방향이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이 F&F와 센트로이드가 맺은 계약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규제당국의 판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센트로이드PE가 자문사 선정 절차를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이며, F&F가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본격적인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F&F 측은 금감원이 개입해주길 바라는 것으로 보이나, 법원까지 가는 상황은 양측 모두에게 득이 없다고 판단해 직접적인 법적 조치보다는 공문 발송 등을 통한 압박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