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가 경영을 더 잘한다고?"…MBK가 불지핀 PEF 오퍼레이팅 자질 논란
입력 25.03.11 07:06|수정 25.03.11 07:13
Invest Column
[홈플러스 사태의 교훈]②
애초부터 '자존심'서 시작된 MBK의 홈플러스 인수
韓 PEF 역사상 깨지지 않는 최고가 기록
MBK, 어피너티 등 글로벌 펀드의 '경영' 잡음
금융 기법으로 펀드 자금은 회수했지만
뻔한 전문경영인 인재풀…경영 성적도 그닥
對기업 공세에도 불구, 더 나은 대안 제시 못한 PEF들
PEF 發 매물 받아줄 대기업 사라진 韓 M&A시장
  •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은 사모펀드(PEF)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론 국내외 출자기관들(LP)의 GP(운용사) 검증절차가 까다로워지는 것은 물론, PEF운용사들의 소비자와 노동자, 금융회사 등을 비롯해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라고 불리는 MBK파트너스마저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기업의 운명을 법정의 손에 맡긴 상황. MBK는 물론 MBK보다 훨씬 열악한 PEF운용사들의 포트폴리오 기업 경영에 대한 자질론이 수면 위로 대두하고 있다.

    사실 PEF의 속성은 단순하다.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인수해, 효율적으로 경영하고, 이 과정에서 재무적·회계적인 기법을 동원해 재무제표를 깔끔하게 다듬고, 기업가치를 키워 새로운 인수자에게 넘겨주는 것. 철저하게 돈의 속성만을 갖고 이야기 한다면,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를 갖긴 어렵다.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MBK의 경영권 인수 목적과 그 배경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결론적으론 과연 '경영을 잘(?)하기 위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는가' 아니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인수했는가'란 근본적인 의문에 봉착한다.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 경영권을 매각하던 2015년 당시. 2009년 OB맥주를 인수해 4조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거두며 한국 시장에서 초대박을 친 KKR과 어피너티는 또 한번 초대형 M&A로 기록될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사모펀드로 불리는 KKR,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던 어피너티의 연합은 그 자체만으로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실제로도 홈플러스 인수에 가장 근접한 후보로 부상했다.

    어피너티 연합에 대적한 건 과거 OB맥주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MBK파트너스. 글로벌 유수의 연기금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3조원대 펀드를 운용중이던 MBK는 두고두고 기억 될만한 랜드마크 M&A딜이 필요했다. 때로는 칼라일과 비교당하고, 아시아 리즈널펀드로서 어피너티와 자존심 경쟁을 경쟁을 펼치던 김병주(마이클 병주 킴) 회장은 홈플러스 인수전을 ‘M.B.K’ 세 글자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승기가 어피너티로 기울고 있던 상황에서, 마이클 회장은 막판에 판을 뒤집었다. 입찰금액 7조2000억원. 20년의 한국 PEF 역사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은 최고가 기록이다.

    해묵인 홈플러스 고가 인수 논란을 차치하고, 애초 경영권 인수의 목적이 ‘자존심’에 방점이 찍혀있다보니 경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란 PEF의 기본 역할은 비교적 후순위가 됐다. MBK가 홈플러스를 경영한 지난 10년을 살펴보면, 홈플러스 기업 자체에 대한 투자라기 보단 부동산 투자였다고 일컬어지는 것이 이해가 간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MBK는 수 많은 부동산 자산을 매각했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금도 전국 각지의 부동산 가치가 채권 변제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반대로 홈플러스의 사업 경쟁력 강화 또는 영업력 회복이 회생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진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흐름을 만들어 낸 덕에 빚은 갚을 수 있었지만 영업력과 사업 경쟁력을 잃었다. MBK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조달 상황 악화를 회생절차 신청의 배경으로 꼽았지만,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떨어진 건 결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아직도 MBK는 경영 실패를 자인하는 대신 신용평가사들의 평정에 그 화살을 돌리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경영진의 인선도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해 대표이사로 선임한 홈플러스 조주연 대표는 마케팅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이다. 과거 맥도날드 대표이사를 지낼 당시 맥런치 서비스 중단, 배달서비스 주문금액 인상 등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인물이다. 조 대표의 선임 이후 회사는 1년 만에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세계 최고의 브레인(?)들이 모여있다는 사모펀드가 소위 '돈 놀이(?)'가 아닌 과연 ‘경영’도 잘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한 때 MBK의 최대 경쟁자로 불렸던 어피너티마저 손대는 기업마다 잡음이 일기 일쑤고 또 포트폴리오 경영진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 어떤 투자자들보다 돈의 속성을 잘 알고 이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다는 사모펀드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 기업 경영의 효율화와 기업가치 향상, 주주가치 제고와 직결할 수 있다면 PEF가 공격을 선언한 모든 기업의 투자자들은 환영하는게 맞는 이치이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로 재계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오너들의 관성에 의한 기업 경영과 거버넌스의 취약성을 지적했고, 이는 MBK와 같은 사모펀드의 공격이 언제든 재현할 수 있다는 재계 오너들이 갖는 불안감의 단초가 됐다. 이 같은 순기능은 무시할 수 없다.

    MBK와 같은 사모펀드가 과연 수 십년간 기업을 경영해온 경영인들과 비교해 보다 선진화한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단 점은 아직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자본력을 앞세운 공개매수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는 경영권 찬탈의 과정을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왜 반드시 사모펀드여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듣기 어렵다. 

    고려아연 사태에서만 보더라도 양측이 내세운 이사진들의 면면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해묵은 금융인, 전관(前官) 출신의 인사들을 나열한 모습도 반복됐다.

    전 세계를 무대로 투자활동을 펼치고, 기업 경영만을 위한 전문가 풀(POOL)을 아주 잘 갖추고 있는 몇몇 글로벌 사모펀드가 아니고서야 한국 시장에서 기업의 획기적인 경영 변화를 이끌만한 인재풀을 갖고 이를 투자의 무기로 삼고 있는 운용사가 과연 몇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넓게보면 행동주의펀드를 위시한 사모펀드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과거엔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있었고, SM, KT&G 등 숱한 기업들이 행동주의펀드의 대상이 됐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현재 경영진을 단죄(?)하겠다'는 선전성 구호를 들어내면 투자자들이 기존의 경영진들에 비해 PEF가 더 나은 선택지라는 명확한 근거를 갖기 어려웠던게 사실이다.

    PEF와 PEF간의 거래가 늘어나는 한국 M&A 시장의 트랜드 또한 같은 맥락일 수 있다. PEF가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기업의 재무제표를 건전한 상태로 만들었다면, 언제든 국내 대기업(SI)들의 러브콜을 받는 기업이 될 것이다. 굳이 한국 SI가 아니더라도 자금력이 충분한 해외 SI가 눈독을 들일수도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시원치 않고 실제로 자금을 자금을 시원하게 쏠 수 있는 기업이 몇 안된다는 배경은 고려해야한다. 그러나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가까이 PEF가 기업을 경영하는 동안 회사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내세울 수 있는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최근에 한 대형 PEF운용사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제조 회사 경영권을 국내 대기업에 매각했다. 해당 대기업은 최근 인력감축, 해외 공장 매각 등 사업의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오너가 직접나서 자산효율화를 추진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인데, 사모펀드로부터 인수를 완료한지 불과 두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사모펀드가 마땅히(?) 했어야하는 작업을 이젠 대기업이 떠맡아 해야하는 사례가 등장한 셈이다.

    PEF가 기업을 비싸게 인수해도, 이를 더 비싼 값에 사줄 PEF가 있는 시장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 자체는 지난 20년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고, 이젠 조(兆) 단위 펀드를 굴리는 토종 운용사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시장이 됐다.

    다만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의 패착(敗着)으로 촉발한 PEF역할론과 포트폴리오 기업 경영에 대한 자질론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즉 연기금·공제회 등 주요 출자자들이 더 보수적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내부수익률(IRR) 20%를 훌쩍 넘는 글로벌 유수의 PEF들과 비교해 국내 운용사들에 굳이 자본을 맡길 유인이 사라지고 있단 의미와도 같다. 당장 MBK에 투자한 국민연금부터 투자금 회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앞으론 PEF 만능론에 대한 버블이 점차 꺼지기 시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단순히 시장의 흐름을 잘 읽어서 업종을 선택한 탁월한 눈으로 단순히 운이좋게(?) 성과를 거두고 있단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는 내실있는 운용사들에겐 억울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 만난 한 국내 대형 PEF 대표급 관계자는 "우리 포트폴리오 기업을 인수한 기업이 건전한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주고, 실제로 엑시트 이후에 그 회사가 잘되는 모습을 보는게 가장 큰 보람이다"고 했다. 우리나라엔 이런 운용사들도 많다. 이는 수익자들의 자산 증식을 위해 신의 성실의 노력을 다하고, 엑시트 이후 포트폴리오 기업의 평판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PEF 운용사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