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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한화그룹주의 주가 상승세가 매섭다. '한화'라는 이름만 붙으면 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24일 상장한 'PLUS 한화그룹주' ETF는 상장 이후 약 3개월간 80%, 최근 한 달간 35% 올라 국내 ETF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주의 상승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 이끌고 있다. 두 종목 모두 지난 1년간 약 200~30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방산업과 조선업이 모두 '턴어라운드' 내지 '호황 사이클'에 접어든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이미 현재 주가에 향후 2~3년의 예상 실적까지 반영될만큼 과열 양상을 띠다 보니, 이달 말 재개될 공매도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0일 종가 70만2000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년 전(18만7600원) 대비 약 270%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내 방산 수출이 급증하며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에 더해 폴란드향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로켓 등 대규모 수주 등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 역시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만 270%에 달할 정도로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한화그룹에 매각되기 전 대우조선해양시절 누적 적자만 2조8000억원에 달했으나, 이후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첫 연간기준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두 회사 모두 주가 상승세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보니, 증권가에서는 사후적으로 목표주가를 올려잡는 '후행 조정'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주가가 증권사에서 제시한 목표가를 불과 며칠, 혹은 몇 달만에 뛰어 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증권사들이 사후적으로 목표가를 큰 폭으로 올려잡은 것이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지난달 1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주가를 65만원으로 제시했는데, 7영업일 만인 지난 21일 주가(66만원)가 목표가를 넘어섰다. 이후 지난달 26일 키움증권은 목표가를 24.6% 상향 조정한 81만원으로 제시했다. 최근 한 달간 증권가에서 제시한 목표가는 58만원~82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는데, 이미 현재 주가가 증권사 목표치를 대부분 넘어선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이미 지난달 증권가에서 상향조정해 제시한 목표가를 넘어섰다. NH투자증권(5만2000원→6만7000원)·DS투자증권(4만5000원→7만5000원)·IBK투자증권(3만9000원→7만2000원) 등 세 개의 증권사가 한화오션의 목표가를 상향했는데, IBK투자증권의 경우 리포트 발간 하루만에 주가가 목표가를 넘어서기도 했다.
두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는 데 있어 탄탄한 실적이 근거가 된 것은 사실이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수주잔고를 약 32조4000억원, 항공우주 수주잔고를 약 29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공개 공급계약까지 고려하면 수주잔고는 더 커질 여지도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유럽 등 주요 국가의 방위비 확대 조성 움직임도 실적 기대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이미 3년치의 수주 물량을 확보한 상태이며, 올해에만 약 10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해 한화시스템과 함께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역시, 최근 미국 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선박법'이 자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한화오션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의 주가는 과도하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주가가 급등하며 PER(주가수익비율)이 약 40배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의 15배 수준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조선업 특성상 PBR(주가순자산비율)로 평가받는 한화오션의 경우도 현재 5배가 넘어가며, 1배 남짓한 동종업계 평균 및 글로벌 조선사보다도 과도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도 최근의 밸류에시션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한화오션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며, 목표주가도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측정 가능한 여러 수단을 동원해도 지금의 한화오션의 밸류에이션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치 변경 없이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할증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2028년 상선 납기 슬롯을 다 소진하지 못한 상황에서 BPS 적용 시점(기존 2027년 추정치)을 2028년으로 미루는 것은 무리"라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뉴스 흐름에 따라 주가의 추가 상승 여지는 있으나,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면 투자의견을 낮추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물색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가에서 제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가 평균은 65만원 전후였는데, 이는 2026년 예상 이익 기준 PER 18~20배를 적용한 값이다. 다만 최근 주가는 70만원에 달하고 있어, 사실상 향후 1~2년의 실적이 주가에 선반영된 셈이다. 한화오션 역시 PBR 약 3배를 적용한 증권가의 목표가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오션의 경우 2027년 예상 이익 기준 PER 20배 이상을 적용해야 현재의 주가가 설명될 수 있는 수주인데, 그렇다면 사실상 2027년 이후의 실적까지 현재의 주가에 선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라며 "다만 향후 해양 플랜트 등 추가 프로젝트가 부족해지는 등의 변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는 3월 말 예정된 공매도 재개에 주요 타깃이 한화그룹 관련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다수 증권사들이 이미 단기적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방산과 조선주를 공매도 타깃 업종으로 제시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을 대표적인 종목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공매도는 과열된 주가를 정상화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최근처럼 단기 과열 구간에 진입한 종목은 작은 악재에도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미 몇 년치 실적을 선반영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에, 예상보다 수주·매출 증가가 늦어지거나 환율과 금리 등 거시적인 변수가 바뀌면 공매도와 맞물려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한화그룹 관련 주들은 최근 업계에서 가장 이름이 많이 거론되고, 주목도가 높은 종목"이라며 "방산과 조선은 확실한 업황 호재가 있어 근본적인 추세가 꺾이긴 어렵다는 관측이 있지만, 공매도가 재개되면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는 만큼 당분간은 관망세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한화오션, 1년간 200~300% 급등
방산·조선업 호황세에 탄탄한 수주 실적 기반은 맞지만
최근 주가는 향후 2~3년치 실적 이미 선반영 '과열' 지적
단기간 급등하며 주가가 증권가 목표가 이끄는 상황도
방산·조선업 호황세에 탄탄한 수주 실적 기반은 맞지만
최근 주가는 향후 2~3년치 실적 이미 선반영 '과열' 지적
단기간 급등하며 주가가 증권가 목표가 이끄는 상황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