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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장 전 투자(프리IPO)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 상장 전 투자받은 기업가치보다 낮은 공모가로 시장에 입성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면서다. 설상가상 의무보유확약(락업) 확대를 골자로 하는 IPO 제도 개선안의 도입이 예정되며,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고민해야 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을 유치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가 합리화 기조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7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상장하는 종목들의 공모가 하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다수의 기업들이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확정됐던 것과는 상반되는 양상이다. 실제 작년 11월 12일 상장한 노머스부터 현재까지 상장한 모든 기업들은 희망 밴드 내에서, 혹은 하단 미만에서 공모가가 결정됐다.
업계에선 공모가가 비교적 낮은 가격에 확정되며 올해 2월부터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달 20일 상장한 모티브링크(194%), 24일 상장한 위너스(300%)부터 6일 상장한 대진첨단소재(35%) 등 거래 첫날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공모주 반등의 핵심 원인은 결국 낮은 공모가에 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모가가 상단을 20~30% 초과한 가격에 확정되며 상장 할인률 의미가 퇴색됐는데 공모가가 낮아지니 주가가 올라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모주 시장이 반등하는 모양새지만, 공모가가 낮은 가격에서 정해지자 투자자 유치 난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Pre-IPO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보다 더 낮은 가격에 공모가가 확정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올해 1월 상장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피아이이의 경우, FI인 솔리크인베스트먼트가 책정했던 몸값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시장에 입성했다. 솔리크인베스트먼트가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공모가로 적어도 8000원대를 인정받아야 했지만, 5000원으로 낮춰 상장한 것이다. 공모주 시장 한파 속에서 상장 완주를 위해 FI가 밸류를 양보한 셈이다.
상반기 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투자금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에 상장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7년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에 투자받을 당시 약 1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최근 상장 기업가치로 논의되는 가격은 5000~6000억원 수준이다.
롯데 측은 에이치PE에 차액(풋옵션 행사가격-공모가)만큼을 물어주고 상장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에이치PE는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지만, 하방 위험이 막혀있지 않은 투자 건의 경우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7월부터 적용되는 의무보유확약(락업) 확대를 골자로 하는 IPO 제도 개선안도 상장 전 투자를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현재 평균 20% 수준인 의무보유 확약 비중을 2026년부터 40%까지 높이기로 했다.
유동성 제약이 생기고 기회비용이 늘어나면 상장 전 투자에 제약이 늘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 해도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최소 3개월 이상 매도가 제약되면 투자 리스크가 올라갈 수 있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500억원 밸류로 Pre-IPO에 들어오면, 공모가는 최소 2000억원을 보장할 수 있다고 얘기를 했는데 이제는 Pre-IPO 당시 인정받은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공모가가 확정되는 사례들이 늘어나서 투자 유치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이젠 딜을 가져오면 어떻게 엑시트할 거냐고 가장 먼저 물어본다"며 "공모가가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지금 기조는 마땅히 옳은 일이지만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과 VC 쪽으로 자금 유입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모가 하락세에 상장 전 투자자들 엑시트 셈법 복잡해져
락업 확대 골자 IPO 제도 개선안도 투자 유치 걸림돌
"공모가 합리화는 긍정적" 평가 나오지만 투자 유인 감소
락업 확대 골자 IPO 제도 개선안도 투자 유치 걸림돌
"공모가 합리화는 긍정적" 평가 나오지만 투자 유인 감소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