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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회사채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DCM(부채자본시장) 분야 전통의 강자인 KB·NH·한국투자증권이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대신·메리츠증권 등도 전통 IB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들 증권사들은 연초부터 IB 영역 확장을 위해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인력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아직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당장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대형사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올해 일반 회사채와 ABS를 포함해 DCM 분야에서 약 1조1000억원을 대표주관했다. 이는 지난 한해 동안 대신증권이 대표주관한 규모인 1조1700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특히 회사채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사단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름을 올렸다.
메리츠증권은 아직 DCM 리그테이블에서 순위권 경쟁을 할 정도의 실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벌써 두 건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며 유의미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후순위채를 제외하면 한 건의 일반 회사채 대표주관사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2건의 ABS 발행을 주관하는 데 그쳤다.
연초부터 통상 회사채 시장에서 활발한 영업 활동을 이어가던 플레이어들 외, 중·소형 증권사들까지 적극적으로 주관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전통적 수익원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PF 시장 침체가 지속하면서, 수익성 다각화를 위해 ECM과 DCM 등 전통 IB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본부와 종합금융본부를 신설하고, 외부 인력 영입에도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를 IB 담당 상임고문으로 영입한 데 이어 기업금융본부에는 NH투자증권 신디케이션본부장 출신 송창하 전무를, 종합금융본부에는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부문대표와 BNK투자증권 IB금융본부장을 거친 김미정 전무를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이 밖에도 현재 회사채와 금융채, 여전채 분야 전문인력 등 30여 명의 실무진급 인력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동안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고금리, 고수수료 영업을 중점적으로 전개해 온 메리츠증권이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낮고, 기업과의 장기적인 신뢰가 중요한 전통 IB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주관한 회사채도 모두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증권채에 그쳤다.
한 대형 증권사 DCM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으로 연초 인력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영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메리츠증권이 그동안 업계에서 쌓아온 '이미지'를 탈피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동안은 인력 개인의 역량에 기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로 지정되면서 본격 IB 업무 영역 확장에 나선 대신증권의 행보에도 업계의 주목도가 높다. 종투사 지정으로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200% 수준으로 늘어나며, 커버리지 확대에 본격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이중헌 전 DS투자증권 IB본부장을 M&A·인수금융담당 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키움증권과 삼성증권, SK증권 등 중위권 증권사들도 저마다 여전채 주관 확대 등의 전략을 내세우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매년 불거졌던 캡티브 영업에 따른 회사채 금리 왜곡에 올해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칼을 빼드려는 것도, 올해 격화한 회사채 주관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형사에 비해 영업 기반이 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캡티브 영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갑작스런 금감원의 움직임을 두고 신규 경쟁자들을 견제하려는 밑작업이 있지 않았나 의심하는 시선도 제기된다. 회사채는 커버리지의 핵심 업무로, 회사채를 통해 관계를 쌓은 후 다른 거래(deal)로 영업을 확대하는 입구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다른 대형 증권사 커버리지본부장은 "매해 1위를 목표로 영업을 하고 있어, 경쟁사 외 다른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라며 "다만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곳들이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괜히 신경은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신證, 종투사 후 IB 확장 드라이브
벌써 지난해 실적 맞먹는 DCM 주관
메리츠證, 공격적 인력 영입에 업계 주목↑
순위권 공고하지만…은근 신경 쓰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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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