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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여파가 MBK파트너스의 다른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미칠 조짐이 보인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다른 사모펀드(PEF)들이 인수금융 차환(리파이낸싱)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MBK만은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냉랭한 반응을 마주하고 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인한 운영 리스크와 평판 악화가 인수금융 시장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부각되는 형국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는 최근 여러 금융사에 접촉해 2023년 7%대 고금리로 일으킨 오스템임플란트 인수금융의 리파이낸싱을 타진 중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발맞춰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조심스러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형 금융사 관계자는 "통상적인 거래라면 적극 검토했겠지만 홈플러스 사태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인수금융 주선사와의 소통 미흡,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MBK와의 거래에 경계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사태의 핵심은 MBK의 소통 방식과 위기관리에 있다.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법원에 신청한 후에야 주요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을 찾아갔으며, 이전까지는 법정관리 가능성과 관련해선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는 1조3000억원 규모의 위험한 대출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홀로 기업회생 절차에 말려들게 됐다.
시장에서는 MBK가 전략적으로 법원행을 태해 메리츠로부터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메리츠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접촉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으며, MBK의 의도대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방향성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MBK의 행보에 대해 '신뢰 관계를 훼손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인수금융 시장 전반에는 금리 하락에 따른 '갈아타기' 붐이 한창이다.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는 7% 중반대 금리가 2%포인트 이상 낮아질 전망이며, 한앤컴퍼니의 에이치라인해운도 선순위 금리가 6% 미만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호재 속에서도 MBK만은 계속되는 평판 리스크로 소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MBK 역시 2023년 고금리로 조달한 메디트, 넥스플렉스 등 인수금융의 리파이낸싱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당시 인수금융 금리가 모두 7%로 현재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금융사들은 MBK 거래에 추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메디트의 경우 인수 이후 실적이 악화되면서 커버넌트(약정) 위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MBK의 '홈플러스 리스크'는 리파이낸싱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신규 거래 자금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인수를 추진 중인 HPSP, CJ바이오사이언스 등 이들 모두 조 단위 거래로 국내 금융사 대부분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한두 곳이라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면 자금조달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
한편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가 과연 경영을 더 잘하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로 부상하고 있다. 2015년 7조2000억원이라는 한국 PEF 역사상 최고가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가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에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모펀드의 경영 전문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BK와 같은 사모펀드들은 기업 경영 효율화와 가치 제고를 내세우지만, 실제로 기존 경영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이번 사태가 향후 MBK의 자금조달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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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