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컨트롤 약화 속 ‘독자경영’ 강조하는 삼성화재…이재용 재판에도 악영향?
입력 25.03.19 07:00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에도 ‘독자경영’
밸류업에서 삼성생명 앞서면서
시가총액에서도 앞질러
자회사 편입 이슈 부상하면서
이재용 회장 재판 마무리 안된 시점에
삼성그룹 취약한 지배구조도 수면위로
  •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에도 불구, 삼성화재가 ‘독자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삼성화재가 실적에서는 물론, 시가총액에서도 삼성생명을 뛰어넘으며 모회사인 삼성생명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컨트롤이 약화된 상황에서 금융지주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가운데 양사간의 경쟁구도도 뚜렷해졌다. 

    그룹 지배력이 약한 삼성화재의 경우 자회사 편입 후에도 ‘마이웨이’를 외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자회사 편입 이슈로 인해 삼성그룹의 금융사 컨트롤 이슈도 다시금 조명받았다. 이재용 회장 재판이 마무리 안된 시점에 지배구조 문제가 부상하면서, 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화재는 오는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나선다. 삼성화재는 지난 2월 실적발표에서 주주총회 이후 4월 중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자사주 소각이 진행되면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보유 지분이 15%를 넘어섬에 따라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은 삼성화재를 자회사 편입을 금융위원회에 신청한 상태다. 

    화재 주주들 사이에서는 생명 자회사 편입으로인해 경영 간섭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아무래도 자회사 편입이 되면 모회사 ‘간섭’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측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구영민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CFO)는 “삼성생명 자회사로 편입되더라도 사업 운영 및 거버넌스 측면에서 현재와 마찬가지로 사업을 영위할 것이고 변경될 사항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자회사 편입 신청에 이은 독자경영 강조는, 다시금 삼성금융사에 대한 거버넌스 이슈로 관심이 쏠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자회사 편입을 두고 회사측에선 어디까지나 자사주 소각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을 내놨지만, 지주회사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뒷말은 여전히 무성하다. 현재의 지배구조에서도 양사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한 터라 ‘밸류업’ 때문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선 이번 지배구조 변화가 그룹 컨트롤 타워 약화와 관련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과거 미전실 산하 금융일류화 팀이 해체되고 삼성생명 산하에 금융경쟁력제고 TF로 재편되면서 그룹에서의 컨트롤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평가와 맥락이 닿아있다.

    삼성화재는 삼성그룹 내에서도 지배력이 약한 계열사로 꼽힌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15% 남짓한 지분을 통해서 삼성이 영향력을 끼치는 구조다. 실질적으론 외국인 주주나 개인 주주들이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사 내에서도 ‘삼성’ 색깔이 약한 금융사로 손 꼽힌다.

  • 그나마 과거에는 그룹 산하 금융일류화 팀을 통해서 관리 감독이 이뤄졌다. 하지만 금융경쟁력제고 TF로 조직이 바뀌면서 그 영향력이 이전과 같지 않게 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일류화팀 주요 멤버인 장석훈 전 삼성증권 사장을 비롯해 박종문 현 삼성증권 사장 들이 계열사 CEO 자리를 차지하면서 현재 금융경쟁력제고 TF의 주요 구성원들은 과거같은 '그룹맨' 느낌이 덜하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현재는 이승호 부사장이 금융경쟁력제고 TF 팀장을 맡고 있는데, 삼성금융사를 컨트롤 하기에는 무게감에서도 CEO들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삼성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는 “금융경쟁력제고 TF가 되면서 금융사 출신 주요 인력들이 삼성생명 산하 TF로 파견되는 형태로 바뀌고,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이 강조되면서 이전보다 그룹 컨트롤이 약화했다”라며 “자회사 편입 이슈에 대해 이승호 부사장이 그룹과의 소통 창구 역할은 했겠지만, 의사 결정 권한까지는 갖기 힘든 구조다”라고 말했다. 

    이번 삼성화재의 자사주 소각에서 시작된 자회사 편입 이슈도 결국은 15% 남짓의 주주인 삼성그룹보다는 외국인 및 개인주주들을 더 신경 쓴 결과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화재가 독립경영을 외치는 배경도 이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과거 미전실 산하 금융일류화 추진팀이 금융사를 컨트롤 했다면, 굳이 이재용 회장 승계 재판이 마무리 안된 시점에서 굳이 지배구조 문제로 잡음을 일으키진 않았을 것이란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밸류업의 플랜마저도 못 꺼내는 상황에서 삼성화재가 먼저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이전 미전실 체제에선 삼성생명이 우선 순위였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사들과 전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 통제력도 많이 약화된 점이 금융지주 설립 가능성을 거론되게 하는 배경 중 하나로 회자되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의 독자 행보가 이재용 회장 승계 재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죄를 인정 받았지만,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았다. 

    이런 가운데 지배구조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그룹 차원의 부담도 커졌다. 국회에선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정조준한 ‘삼성생명법’이 재발의 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 2심 결과가 나온 직후 공교롭게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이 발표되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다시금 언급되기도 했다”라며 “삼성그룹 입장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