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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이 ㈜LS 지분을 3% 가까이 매입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오르내린다. 기저에는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을 둘러싼 양사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조 단위 소송전에 앞서 호반 측이 협상 카드를 확보하려 ㈜LS 지분에 손을 댄 것 아니겠냐는 얘기다.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현재 국내 증권사를 통해 ㈜LS 지분 3% 미만을 확보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LS 주식을 확보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호반그룹은 "미래 성장성을 내다본 투자 차원"이라고 설명하며 지분 매입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양사 핵심 계열사인 대한전선과 LS전선이 6년여 동안 소송전을 벌여왔던 만큼 시장에서는 호반그룹의 지분 매입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호반그룹이 ㈜LS 지분 3% 이상을 확보하게 될 경우 임시 주주총회 소집부터 주주제안, 이사·감사 해임 요구나 회계장부 열람 청구 등 상법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반면 ㈜LS는 구자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일가와 특수관계자 45인이 지분 32.12%를 나눠가지고 있다. 외부자인 호반그룹이 장내 매수를 통해 일가 개개인의 지분율을 넘어서게 된 상황이다.
LS그룹이 다른 그룹사에 비해 독특한 구조인 만큼 지배력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건데, 정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호반그룹이 범LG가의 형제간 계열분리, 공동경영 전통에 분란을 일으킬 실익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형제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통을 따르려고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를 짠 건데 설마 호반그룹이 이걸 노리는 걸까 하는 목소리가 많다"라며 "여전히 증권가를 비롯해 재계 내에서 암묵적인 범LG가 캡티브가 작동하는 걸 감안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최대 미래 먹거리인 해저케이블 시장을 둔 갈등이 실제 배경 아니겠냐는 시각도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올 상반기 중 대한전선의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도 기술 탈취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수사는 작년 7월 경찰이 대한전선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로 전환해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LS는 LS전선 지분 92.3%를, 호반산업은 대한전선 지분 41.95%를 각각 보유한 최대주주다.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이나 LS그룹 내부에선 이미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여년 동안 해저케이블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과 해외 생산기지 확보에 이미 1조원을 투입한 데다, 향후 예상되는 미래 수익 역시 막대한 규모다. LS그룹은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프랑스 넥상스, 독일 NKT 3사에 이어 북미 시장에 진출한 4개 해저케이블 공급사 중 한 곳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해저케이블은 신재생 에너지와 인공지능(AI) 양쪽을 전방 시장으로 두고 있어서 2040년까지 공급 부족이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라며 "유럽 3사나 LS전선 모두 수주잔고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데 상각전영업익(EBITDA) 마진율도 나란히 11~14%를 기록하는 등 벌써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대한전선의 기술탈취 혐의가 입증되면 소송이나 사업 지연으로 인한 타격이 막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호반그룹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협상 레버리지로 ㈜LS 지분 매입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반그룹은 4년 전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대한전선 경영권을 인수한 뒤 현재까지 해저케이블 1, 2공장 구축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4000억원 이상의 수혈에 나섰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자금의 회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혐의가 입증된다면 국내는 물론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는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까지 소송전이 확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과거 SK도 LG그룹과 배터리 기술 탈취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자 2조원 규모 배상에 나서야 했다"라며 "호반그룹은 공교롭게도 당국 수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 LS그룹 지주사 지분을 사들였다. 정확한 배경이 드러날 때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양사가 힘겨루기에 들어가기엔 체급 차이가 크다는 목소리가 아직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소송전 한창인데 ㈜LS 지분 3% 사들인 호반그룹
범LG家 공동경영 전통에 끼어들 실익 있을까…의견 분분
경찰, 곧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 의혹 수사결과 발표할 듯
SK-LG 배터리 소송 닮은꼴…조단위 민형사상 공방전 예고
호반, 대한전선에 들인 돈 6000억 이상…협상 카드 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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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17일 15:2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