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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주가가 비과세배당 도입에 힘입어 큰 폭으로 오르자 다른 금융지주들도 비과세배당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선뜻 동참하기에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금융지주들이 잇달아 비과세배당을 도입할 경우 당국이 세수 문제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의 주가가 지난해 실적 발표 이후 일제히 약세를 보인 반면, 우리금융 주가는 유일하게 상승하면서 차별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달 7일 실적발표 이후 우리금융 주가는 14일 종가 기준 4.2% 상승했다.
주가가 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금융이 비과세배당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은 2025년 결산배당부터 자본잉여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비과세배당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본잉여금 일부를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배당을 실시하게 되면 최대주주가 아닌 개인주주들은 15.4%의 배당소득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돼 기존 대비 약 18%의 배당 수익 증가 효과를 누리게 된다"며 "본권 배당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비과세배당 도입에 대해 타사 대비 CET1비율이 낮아 주주환원여력이 높지 않은 우리금융지주가 '자구책'으로 꺼내든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CET1비율이 13%를 넘나드는 금융지주들과 12%를 간신히 넘긴 우리금융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담당 한 증권사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자본비율이 낮기 때문에 더이상 (주주환원)확장이 어려운 상황이고 다른 곳들은 주주환원율을 상향하는 게 우선"이라며 "주주환원율을 상향하는 게 핵심이지, 배당은 2차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손사레'와는 달리 금융지주들도 실적발표 이후 비과세배당 검토에는 나섰던 분위기다. CET1비율을 바탕으로 한 주주환원정책 외에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또다른 '카드'로서의 효과를 톡톡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지주 실적발표 이후 KB금융의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반면, CET1비율이 한참 낮은 우리금융에 대해선 환호의 목소리가 커지며 주가가 크게 올랐던 것 또한 비과세배당에 대한 주주들의 반응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로 꼽힌다.
금융지주 한 고위 관계자는 "사전에 검토하진 않았지만 우리금융과 메리츠가 도입했고 이에 대한 시장 반응도 확인했기 때문에 (도입을) 살펴는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할 수만 있다면 해서 나쁠 게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4대 금융지주는 모두 비과세배당 도입이 가능하다. 상법 제461조2에 따르면 각사 자본준비금 및 이익준비금 총액이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한 금액 범위에서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감액이 가능하다.
다만 우리금융이 메리츠금융지주에 이어 비과세배당을 도입한 상황에서 선뜻 금융권에서 '세 번째 주자'로 나서기는 머뭇거리는 분위기다. 상법상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우회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걸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올해 4대 금융지주의 현금배당 규모는 KB금융이 1조2400억원, 신한금융이 1조1000억원, 하나금융지주가 1조원, 우리금융지주가 약 8000~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들이 모두 비과세배당을 도입할 경우 적지 않은 세금이 덜 걷히게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모든 금융지주들이 다 비과세배당을 도입한다고 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라며 "세금 낼 것을 주주들에게 더 주겠다는 데 대해 정부가 승인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연달아 비과세배당을 도입한다고 하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다른 한 관계자는 "다른 지주들도 우리금융처럼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게 맞느냐 하는 고민들이 있다"라며 "특별한 이슈가 있다고 하면 주주들을 위해 마다할 일은 없겠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거나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야 할 여지는 있을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아직 메리츠금융지주와 우리금융 정도가 비과세배당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데다, 우리금융 또한 연말부터 비과세배당이 적용되는 만큼 다른 금융지주들도 시간을 갖고 도입 효과 등을 살피며 '눈치 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 또한 연말까지는 비과세배당과 관련한 특별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융지주들이 우르르 비과세배당 도입에 나설 경우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도 연말부터 비과세배당을 하겠다고 언급만 한 상황이고, 다른 곳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로 비과세배당을 도입하겠다는 곳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이 먼저 제동을 걸기보단 연말에 추가적인 언급이 나오면 그때쯤 제도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걸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메리츠금융지주 이어 비과세배당 도입
주가 반응 확인하자 주요 금융지주들도 도입 검토
세수 감소로 당국 '제동' 걸릴 가능성도
'세번째는 부담스럽다'…금융지주들 '눈치 싸움'
주가 반응 확인하자 주요 금융지주들도 도입 검토
세수 감소로 당국 '제동' 걸릴 가능성도
'세번째는 부담스럽다'…금융지주들 '눈치 싸움'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