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반얀트리 화재 참사에 수천억 물린 KB·BNK·메리츠...충당금 계산 '분주'
입력 25.03.21 07:00
개장 무기한 지연에 대출금 회수 불투명
복구 비용 등 추가 지출도 불가피한 상황
KB금융 이중고, 보험사와 신탁사 모두 부담
사업 초기부터 물심양면 도운 BNK 직격타
  • 오는 5월에 문을 열 예정이던 부산 최고급 별장형 콘도미니엄, 반얀트리 해운대가 지난 2월 발생한 화재사고로 중단되면서 해당 사업에 대출을 내준 금융사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개장이 무기한 지연되면서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해졌고 추가 지출도 불가피한 터라 충당금 부담이 대폭 커질 수 있단 분석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현장은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으로 모든 공정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14일 현장 화재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재해 현장으로, 경찰은 시공사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에 업무상 과실치사, 실화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프로젝트는 지난 2022년 4월 착공했으며, 지난해 12월 사용승인을 마치고 잔여공사 및 개관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시행사인 루펜티스 컨소시엄은 KB부동산신탁과 책임준공부 관리형 토지신탁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3750억원 규모의 PF 자금조달이 이뤄졌다.

    문제는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출금 회수 일정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금융권은 5월 개장과 함께 약 2337억원의 대출금 회수를 예상했으나, 공사 중단으로 회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각 금융사는 충당금 설정과 대체 시나리오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3750억원 규모의 PF 대출에는 메리츠 컨소시엄(1900억원), BNK금융그룹(1150억원), KB부동산신탁(500억원) 등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부 대출금 회수와 대주단간 손바뀜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각 금융그룹의 익스포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대주단은 화재 사고로 인한 복구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행사와 시공사의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대줄 곳은 대주단 밖에 마땅치 않기도 하다. 

    피해 규모 파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KB부동산신탁은 손해사정사를 통해 사고접수를 진행했지만 화재사고 공사 현장이 통제되어 피해규모 및 복구비용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물 A, B, C동 가운데 B동 1층에서 화재가 났는데 1층 배관과 지하의 수처리 기계실까지 소실되며 재건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복합리조트의 경우, 대주단이 복구비용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 회수 지연은 둘째치고 수백억원의 추가 지출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KB금융은 이번 사태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복합리조트에 대해 약 5000억원 한도의 재산종합보험을 가입했으며, KB손해보험이 이 보험의 간사사로 계약의 40%를 인수한다. KB금융 입장에서는 손해보험과 부동산신탁 양쪽 모두에서 복구비용의 일정 부분을 충당금으로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리츠금융 역시 메리츠화재가 재산종합보험의 10%를 인수하고 있어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 초기부터 전방위적 지원에 나섰던 BNK금융그룹은 특히 고심이 깊어 보인다. BNK금융은 부산에서 진행되는 초호화 콘도 개발 프로젝트가 상징성이 높다고 보고 토지중도금 조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금대출 등 전방위적 지원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 참여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수분양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다. 3억~9억원을 투자한 분양자들은 법무법인 PK와 해든 등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분양 계약자들은 준공 지연과 함께 호텔의 가치 하락을 우려하며 계약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 청구가 본격화되면 금융사들의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시행사인 루펜티스는 이미 삼정기업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했으며, 대체 시공사 선정과 공사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KB부동산신탁은 "시행사가 현재 반얀트리 측과 운영 개시 일정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수분양자들에겐 타 시설 이용권을 제공하는 등의 보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