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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역대급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자 주주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극심한 주가 급락 속에 투자자들은 "영업이익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지금 증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의 정관상 사채 발행 잔액은 아직 6000억원가량 남은 상태다. 최근 2년새 급속도로 부채비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수주 잔고와 실적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현금흐름상 큰 문제는 없을 거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주가가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한 '최고점'에 굳이 증자를 했어야 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20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일 대비 13.99% 급락한 62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발표된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후폭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일 이사회에서 595만500주를 신규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증자비율은 13.05%에 달하며, 주당 발행가는 전일 종가보다 15% 할인에 불과한 60만5000원이다. 이번 증자는 한화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국내 기업 유상증자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회사 측은 시류에 맞는 공격적 투자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 담당 임원은 컨퍼런스콜에서 "지금 투자 기회를 놓치면 지금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려버린다는 경영진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달 자금은 해외방산(1조6000억원), 국내방산(9000억원), 해외조선(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 개발(3000억원)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유상증자가 꼭 필요했나"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3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주가치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증자를 선택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당위성 자체는 공감하지만, 향후 5년간의 자본적 지출(CAPEX)은 올해 연결 영업이익과 이후 꾸준한 이익으로 충분히 조달 가능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회사채 발행 등 다른 방식도 있었는데 굳이 증자를 택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증자 발표 시점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사 주가가 연초 대비 121% 급등한 상황에서 이번 증자는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헌·이지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3조6000억원의 대규모 15% 할인으로 주주 부담이 가중되고, 연초 대비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고점 인식 우려가 생겼다"면서 "회사가 현금흐름이나 차입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투자 금액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투자의 급박성이 쟁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조달 수단을 강구할 여력은 없었을까. 한화에어로 이사회가 승인한 회사채 발행 한도는 아직 6000억원가량 남아있는것으로 확인된다.
한화에어로는 2023년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회에서 연간 회사채 발행 한도를 결정, 대표이사가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사회가 승인한 회사채 발행 한도는 2023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1월과 6월 공모채, 6월과 11월 사모채 발행을 통해 1조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올해 한도도 1조원으로 정했다. 한화에어로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4일 이사회를 열고 2025년 사채 발행 한도를 1조원으로 결정했다. 이 한도에는 원화ㆍ외화, 보증부ㆍ무보증 등 모든 사채의 종류가 망라된다. 이 결정에 근거해 한화에어로는 지난 1월 4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아직 6000억원의 발행 잔액이 남아있는 셈이다.
부채비율이 부담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에어로 부채비율은 2021년 180%에서 2022년 286%, 2023년 317%, 지난해 말 기준 390%로 급등했다. 다만 기발행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상 부채비율 유지 의무선은 600%로 아직 여유가 충분한 상태다.
수요가 없지도 않다. 부채비율이 이미 400%에 육박하고 있지만, 지난 1월 회사채 발행에는 2조5000억원이 넘는 청약이 몰렸다.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화에어로 채권을 사기 위해 발행규모의 6배에 가까운 기관 쌈짓돈이 쏠린 것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합병(M&A)을 하겠다고 천명했으면서, 구체적인 대상과 해당 매물의 가치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내놓지 않은 것 역시 비판받는 지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한화에어로 유상증자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주가 고공행진 중 대규모 유증 발표…주주 반발 '고조'
"올해 영업익 3.5조인데" 증권가도 증자 필요성 의아
한화에어로 측 "지금 투자 안하면 뒤처진다"
"올해 영업익 3.5조인데" 증권가도 증자 필요성 의아
한화에어로 측 "지금 투자 안하면 뒤처진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21일 10: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