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 IPO·에어로 유증 병행…노골적인 ‘오너’ 챙기기에 뿔난 증권가
입력 25.03.24 16:02
한화오션 지분 매입 후 곧바로 3.6조 유증 단행한 에어로
투자 목적 불분명·시점도 애매…주주 입장선 깜깜이 유증
"한화오션 지분 인수로 비워진 실탄, 결국 주주가 채워"
오너 승계 챙기기 거래에 증권가 반감 커져
  • 한화그룹이 유상증자와 IPO를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증권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갈수록 노골적인 한화 3세 승계 행보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1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했다. 한화에너지의 상장 예비심사 청구 사실이 시장에 공개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증권가에선 두 회사의 연이은 대규모 증자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김승연 회장에서 김동관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위해 한화에어로 쪽 관계사들을 김동관 회장에게 몰아줄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를 어느정도 예견했다 해도 3조6000억원은 너무 컸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연구원은 "자금조달 방식과 시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주가가 너무 높을 때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다, 방산업 특성상 구체적으로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공유가 안 돼 주주 입증에서 '깜깜이 투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동자산 매각이나 채권 발행 등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유상증자를 택한 배경으로는, 이미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지분 정리'에 주주 자금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증권가는 이번 유증을 한화식 '승계 재무 설계'로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기준 1조375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1조73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한화임팩트·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하며 1조3000억원을 소진했다. 한화에너지는 삼형제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화임팩트도 한화에너지가 지분 52%를 갖고 있다. 

    이번 거래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지분을 23.1%에서 30.4%까지 늘리게 됐다. 이는 상장 자회사가 상장 손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현행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동시에 한화 총수 일가는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증권가에선 유증을 통해 자금을 메꾸는 것이 예견된 수순이었더라도, 그 목적과 구조가 너무나 ‘한 쪽에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불만이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4000억원인데, 한화오션 지분을 사는 데 1조3000억원 정도를 썼다보니 차입을 하든 현금을 채우긴 했어야 했다"라며 "작년부터 한화가 지나치게 차입을 많이 하며 재무구조가 안 좋아졌다는 비판도 부담이 있었을 테니, 차라리 주가 흐름이 좋을 때 한번에 욕 먹고 확실하게 자금을 확보하자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주들이 한화오션의 지분을 비싸게 사준 것이라 봐야 한다"며 "결국 한화에너지 지분을 가지고 있는 3형제한테 현금이 들어간 거니 승계작업으로 볼 수밖에 없고, 영업이익을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한화오션을 편입시키면 한화에어로의 밸류에이션도 희석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방산업 호황에 힘입어 유상증자 자체는 흥행에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인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3.02% 급락했지만, 그로부터 영업일 기준 하루가 지난 24일에는 7.17% 반등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 운용역은 "주가가 상승 흐름일 경우 대부분 유상증자는 흥행에 성공한다"며 "김동관 부회장이 주식 매입을 선언해 ‘보여주기’로 비치는 면도 있지만, 투자자들이 실제 수익 기회를 본 것도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수 일가의 승계 편의에 맞춘 구조 재편에 주주 자금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 C&C와 SK합병을 통해 최태원 회장에게 유리한 지배구조를 마련한 SK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려 시도한 두산이나 거버넌스가 제대로 된 대기업이 없다"라며 "이번 역시 고질적인 '지배구조 편의 설계' 문제를 다시 드러낸 사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