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현대모비스 본사 'SI타워' 매각 우선협상자에 이지스자산운용
입력 25.03.25 11:01
평당 4400만원 제시…삼성화재 본사 매각가와 유사
  •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본사 사옥(SI타워) 매각의 우선협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이 선정됐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자산운용과 매각주관사인 JLL코리아(존스랑라살)-컬리어스코리아 컨소시엄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끝에 이지스자산운용을 우선협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당초 입찰 시점에서는 평당 4000만원대 초반을 예상했으나, 매각주관사 측이 투자자들 간의 가격 경쟁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숏리스트에 오른 6개 업체 모두 SI타워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인터뷰 과정에서 가격 상향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매각주관사와 KB자산운용 측은 지난 입찰 직후 IMM자산운용, 교보자산신탁, 벤탈오크그린(BGO),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 6곳을 숏리스트로 꾸렸다.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격과 자금조달 계획, 매각 후 운영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BGO는 입찰제안서를 내진 않았으나 KB자산운용과 세어딜로 인수를 추진하는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예상을 웃도는 평당 약 4400만원의 가격을 제시하며 우위를 점하게 됐다. 지난해 강남 비즈니스 지구(GBD)에서 최대 규모의 거래를 기록했던 삼성화재 본사 '더 에셋'의 평당 매각가와 흡사한 수준으로, 연면적 6만6202㎡(약 2만평)를 기준으로 할 때 총 매각 금액은 9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번 입찰 결과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우량 자산으로 투자 심리가 더욱 쏠리는 양극화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최근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로 부동산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핵심 입지의 우량 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도심 업무지구(CBD)의 경우 공급 과잉 이슈와 맞물려 투자 심리가 제한적인 것과 대조적으로,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한 GBD 권역의 랜드마크급 오피스 빌딩들은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테헤란로 대로변에 위치한 오피스 중 연면적 2만평 이상되는 프라임급 오피스는 4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SI타워는 전체 임대면적의 72%를 현대모비스가 장기 계약으로 사용하고 있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보장되는 우량 자산으로 꼽힌다.

    이지스운용은 이번 대형 딜을 통해 오랜만에 존재감을 보였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대주주의 비위 혐의로 한동안 상업용 부동산 딜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딜의 자금 조달 구조와 관련해 이지스운용은 교직원공제회가 출자한 블라인드 펀드와 함께 리츠를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안정적인 자금 조달 계획도 우선협상자 선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 측이 본사 사옥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어 매각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는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서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 통합 사옥 프로젝트로 인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