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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터진 불법 대출·횡령 등으로 신한금융그룹이 충격에 빠졌다. 키케로의 '의무론'을 앞세워 윤리 교육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노력이 다소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검찰은 신한은행 여의도의 한 지점을 압수수색했다. 전직 은행원이 연루된 불법 대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검찰은 해당 지점에서 근무했던 차장급 직원이 은행원 출신 사업가에게 위조 사문서 등을 이용해 대출을 도왔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금융사고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불미스러운 일이 터졌다. 지난 3월 초에는 신한은행 압구정 지점의 한 기업대출 담당 직원이 2년 6개월에 걸쳐 허위 대출 방식으로 총 17억원을 빼돌린 사건이 적발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현재 이 직원을 횡령 혐의로 수사 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한은행이 첫 범행 발생 후 3년이 넘도록 이 횡령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이 사실을 접하고 크게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횡령이 발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한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연말의 증권 사고가 있었지만 신한은행은 4대 지주 중에서도 사고가 없는 편에 속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약 3년이나 횡령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내부에서 분위기가 썩 좋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작년 10월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 규모 선물매매 손실 사고에 이어 내부통제 문제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신한투자증권은 고유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ETF 유동성 공급(LP) 역할에서 벗어나 한쪽 포지션을 과하게 잡은 것이다. 이로 인해 1300억원 규모의 선물매매 손실 사고를 냈다. 고객 손실은 없었지만, 이 사고는 신한투자증권의 수직·수평적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은 현재 전 그룹사에 걸쳐 키케로의 '의무론'과 론 카루치의 '정직한 조직' 등을 주제로 한 교육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진 회장은 작년부터 키케로의 의무론에 나오는 '의무를 다하는데 삶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윤리경영을 외쳐왔다.
올해 초 임원들 대상으로 1박2일 '지속 가능 경영 리더십' 포럼까지 열었다. 전 계열사 임원들은 키케로의 '의무론'과 론 카루치의 '정직한 조직'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보냈다. 진 회장은 이 윤리교육을 그룹 전체의 DNA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17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와중에 진행되는 신한금융의 윤리의식 교육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사고의 원인이 임직원 전체의 윤리의식 부족이라기보다는 일부 직원들의 일탈과 이를 감시하지 못한 시스템 실패에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고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일부 직원들의 일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느냐인데, 책을 읽고 내부 토론을 하는 것만으로 금융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는 윤리 교육만큼이나 실질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축이 더 시급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이 키케로의 '의무론'을 통해 윤리의식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장기적으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연초부터 잇따르고 있는 횡령 사건은 윤리의식 고취만큼이나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급선무임을 보여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윤리의식 강화 노력이 실질적인 내부통제 개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시적인 구호에 그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취재노트
신한금융, 윤리의식 강화 위해 금융인의 의무 강조하지만
연초부터 17억원 횡령사고 적발되는 등 금융사고 이어져
윤리의식 고취는 물론 시스템 개선 병행해야 한단 지적도
신한금융, 윤리의식 강화 위해 금융인의 의무 강조하지만
연초부터 17억원 횡령사고 적발되는 등 금융사고 이어져
윤리의식 고취는 물론 시스템 개선 병행해야 한단 지적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3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