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네이버 6000억 혈맹 '변수'? CJ, 네이버 지분 활용 자금 조달 '만지작'
입력 25.04.03 07:00|수정 25.04.03 07:14
2020년 6000억원 지분 교환 주식, '3년 제한' 풀려
외부에서 제안 이어져…EB 등 다양한 방안 검토중
CJ ENM, 앞서 보유 주식 활용해 적극 자금 조달해
  • CJ그룹이 계열사가 보유 중인 네이버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환사채(EB) 발행 등 다양한 자산 유동화 옵션이 거론되고 있다. CJ ENM 등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략적 동맹’의 상징인 네이버 지분이 자금 조달 카드로 쓰일지 주목된다. 

    1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계열사가 보유 중인 네이버 주식을 활용한 자산 유동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복수의 투자은행(IB) 등에서 제안한 방안을 살피는 가운데 네이버 주식을 담보로 한 EB 발행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EB는 교환 대상 주식의 향후 상승 가능성을 담보로 낮은 금리에 사채를 발행하는 메자닌이다. 

    앞서 2020년 10월 네이버와 CJ그룹은 6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으로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네이버는 해당 거래로 CJ대한통운 주식 약 3000억원어치와 CJ ENM 주식 1500억원어치, CJ ENM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주식 1500억원어치를 취득했다. CJ대한통운 지분의 7.85%, CJ ENM 지분 4.996%,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6.26%를 갖게 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 주식 3000억원어치(0.64%)를 취득했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도 네이버 지분을 각각 1500억원어치(0.32%)씩 취득했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CJ ENM은 자사주를 매각했고, 스튜디오드래곤은 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발행) 방식을 활용했다. 

    당시 해당 지분에 대해 ‘3년간 거래 제한’ 계약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거래 제한이 끝난 셈이지만, 그동안 네이버나 CJ그룹사의 주가가 좋지 않았던 탓에 양사 모두 활용 방안은 제한적이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CJ 측이 먼저 움직임을 보이는 데에는 CJ ENM 등 계열사의 자금 조달 필요성이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 연말부터 네이버의 주가가 비교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최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약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며 AI(인공지능)사업 확장 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이기도 하다. 

    물론 네이버 커머스 배송 대부분을 CJ 대한통운이 담당하는 등 지분 교환 이후 양사가 어느 정도 협업 성과를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지분을 섞는 ‘혈맹’의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CJ그룹·한진칼·신세계그룹 등과 지분을 섞으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지만 대부분이 주가 부진을 겪으며 평가손실 부담이 커지기도 했다.  

  •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는 CJ ENM은 비영업용 자산 매각에 집중하고 있어 네이버 지분 활용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해 CJ ENM은 보유 유가증권 자산 중 가장 덩치가 큰 넷마블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총 2500억원 규모의 넷마블 주식 429만7674주(4.99%)를 주가수익스왑(PRS)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CJ ENM은 넷마블의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참여로 공시했으나, 양사 시너지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3년부터 CJ ENM은 재무부담 감소를 위해 보유 주식을 연이어 매각해왔다. 2023년 삼성생명과 LG헬로비전 주식을 매각했고, 2024년 6월에는 하이브와의 합작법인인 빌리프랩의 보유 지분 전량(51.5%)을 하이브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이 1조8000억원 규모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미디어부문의 콘텐츠 투자부담, 영화부문 부진 등이 계속되고 있고,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티빙 주주 KT 측의 동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처분한 지분들과 달리, 네이버와는 사업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그룹 간’ 관계를 고려하면 현실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분 교환은 장기적 협업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식을 활용한 자금 조달은 자칫하면 그룹 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유 지분 활용 등 CJ그룹의 전방위적인 자금 조달은 지주사에서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CJ제일제당은 그린바이오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 중이고, 이달 CJ올리브영은 금융사 재무적투자자(FI)가 갖고 있는 자사 지분 11.3%를 인수했다. 해당 지분에 대한 매수할 권리(콜옵션) 행사 기간은 3년인데, CJ올리브영은 1년 만에 콜옵션을 행사했다.

    지난해 11월 그룹 내 ‘해결사’로 불리는 허민회 경영지원 대표가 지주사로 복귀하면서 그룹의 ‘재무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 매각, CJ올리브영 조기상환, 티빙-웨이브 합병 등 굵직한 딜 대다수는 이종화 포트폴리오전략2실장(경영리더)이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이종화 실장은 그룹 내 주요 M&A 등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다. 현재 포트폴리오전략2실은 CJ ENM을 비롯해 CJ올리브영, CJ CGV 등의 전략을 맡고 있는데, 이달 27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1년 만에 이종화 실장은 CJ ENM의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CJ 측은 "CJ ENM의 자산 유동화와 관련해 외부에서 다양한 제안을 해 오고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