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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대로 한국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추후 협상이 남아 있지만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주력 상장 대기업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들이 도미노식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새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적용, 5일부터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9일부터는 무역적자를 크게 기록한 50개국에 개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지만 25% 관세율이 제시됐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외신 인터뷰를 통해 맞대응 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한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절반을 상호관세로 되돌려주는 것인데, 베센트 장관은 "보복하지 않는 한 이번 발표가 (관세의) 상한선"이라고 예고했다.
추후 개별 협상을 통해 발표된 25%보다 낮은 선에서 최종 관세율이 결정될 수 있지만 국내 수출 대기업 전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약 18.7%로 전체 수출의 5분의 1 가까이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한다.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해외에 거점을 둔 사업장을 포함하면 2분기 이후 수출 둔화로 인한 성장률 추가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장에선 현대자동차그룹이 입을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 정부는 3일(현지시간) 모든 외국산 차량에 25% 관세를 일률 부과하기로 정식 발효했다.
완성차 산업은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고 절대 금액도 크다. 관세를 부과하면 가장 피해를 입는 업종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매출 비중은 약 25~30%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했을 때 올해 추정 영업이익 약 13조6000억원의 40%인 5조1450억원 수준의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러 시나리오가 오르내리지만 증권가는 올해를 시작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 검토하고 있다.
관세 정책 발표 직전인 3월까진 구매 수요가 이어졌지만 4월 이후 판매가 꺾일 것이라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완성차 업계에선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현지 신차 가격이 1만달러(원화 약 1460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도 현지 딜러망에 가격 인상 가능성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1기 당시보다 너무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나왔는데 공급망을 새로 조정하는 데에만 3년 안팎이 걸리고 비용도 너무 많이 발생해서 버텨야 할지 따라야 할지 여전히 고민이 크다"라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나서도 현지 점유율 경쟁이 가능할지도 불분명해서 배터리를 비롯한 뒷단 부품사들에 미칠 영향은 아직 특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영향은 미국 현지 전기차 판매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현지 전기차 공급망 특성상 영토 밖 생산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업체인 GM과 포드조차 현지 전기차 판매물량의 절반만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각각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고객사들이다.
북미 시장이 주력인 삼성SDI나 SK온 등 다른 배터리 셀 공급사는 물론 주요 2차전지 소재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문제를 해결하려 공급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뒷단 부품사 전반에 큰 폭의 혼란이 예고된다. 늘어날 비용이 소비자에 전가되는 과정에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업계 전반의 실적 눈높이가 조정될 수도 있다. 밸류체인 전반에서 관세 정책으로 수혜를 볼 기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은 이번 상호관세 품목에서 벗어났지만 세트 고객사들의 구매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탑재하는 스마트폰, 가전, 완성차 등 기기 생태계 전반이 중국,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지에서 제품을 조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수입국 중 하나인 중국은 이미 자국 기업들에 대한 대미 투자 제한을 지시하고 있다. 직접적인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어도 파급효과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얘기다.
트럼프 1기 당시보다 공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올해 국가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복하지 않는다면' 25%를 상한선으로 설정한 만큼 향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출 여지는 있으나 어떤 형태로든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탓이다. 오는 9일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이전 어떻게 협상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많지만 일찌감치 눈높이를 내려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美, 한국산 수입품에 25% 상호관세…FTA도 무력화
협상 남아 있지만 강행시 현대차 연간 이익 반토막
2차전지도 영향권…공급망 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반도체 제외'에도 해외 세트 생산기지發 간접 타격
올해 역성장 전망까지…발효 전 정부 협상카드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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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03일 13: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