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폭풍같은 변동성 앞에 섰다. 예상보다 과격했던 미국의 관세 부과에 이어, 4달을 끌어 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선고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의 '관세 폭탄'은 당장 증시에서 무난하게 소화되는 분위기였지만, 국내 수출 대기업들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변동성은 이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핵 선고 역시 불확실성의 해소이자, 불확실성의 시작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탄핵 선고가 예정된 4일 국내 증시는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코스피는 1.3% 하락하며 다시 2450선까지 밀렸고, 코스닥 역시 -0.8%의 약보합세를 보였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수준으로 '바닥'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지만, 전날 미국 증시가 폭락한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전일 발표된 관세 영향의 직격탄을 맞으며 급락했다. 다우지수가 4%, S&P500 지수가 4.8%, 나스닥 지수는 6% 하락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가 6% 하락한 건 2020년 3월 코로나19 쇼크 이후 처음이다.
전날 하락세를 일정부분 만회하며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던 코스피는 다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3일 국내 증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로 장 초반 급락했다 낙폭을 줄였다. 코스피 기준 연기금의 2700억원을 필두로 국내 기관들이 4600억원의 순매수를 합작하며 장 초반 3% 가까이 떨어졌던 지수를 0.8%대 보합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자동차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도 시장 내 우려를 자극했다. 하지만 반도체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고, 관세율 26%도 상한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낙폭 축소를 이끌었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에서는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난 업종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6% 급등했고, 셀트리온도 상승세를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방산 관련 종목도 강세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2.04%)와 SK하이닉스(-1.67%)는 하락세를 보였고, LG에너지솔루션(-4.26%), 현대차(-1.27%), 기아(-1.41%) 등 자동차·배터리 관련주 역시 약세를 이어갔다.
한편 정부는 자동차 관세 대응을 위한 대책을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며, 북미 수출이 막힐 수 있는 부품업체에 대한 지원책도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외교적 긴장은 일정 수준에서 관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이는 낙관적인 분석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추후 개별 협상을 통해 발표된 26%보다 낮은 선에서 최종 관세율이 결정될 수 있지만 국내 수출 대기업 전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약 18.7%로 전체 수출의 5분의 1 가까이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한다.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해외에 거점을 둔 사업장을 포함하면 2분기 이후 수출 둔화로 인한 성장률 추가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대차를 필두로 한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이 화두로 떠올랐다. 완성차 업계에선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현지 신차 가격이 1만달러(원화 약 1460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도 현지 딜러망에 가격 인상 가능성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영향은 미국 현지 전기차 판매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지 전기차 공급망 특성상 영토 밖 생산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업체인 GM과 포드조차 현지 전기차 판매물량의 절반만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각각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 고객사들이다. 실제로 3일 이차전지 관련주들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낙폭을 줄인 것은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데다,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내수 업종 중심으로 매수가 유입된 영향"이라며 "관세 여파로 미국 소비가 위축되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지만, 연말에는 완화 정책과 함께 불확실성이 다소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초반 1470원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467원에 마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달러 강세에 대한 우려보다, 4일로 예정된 탄핵 선고 결과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환율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탄핵 찬성와 반대 여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 확률을 70% 안팎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달 초 36%까지 떨어졌던 탄핵 인용 확률은 헌법재판소가 선고일을 지정한 뒤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탄핵이 기각 혹은 각하된다면 윤 대통령은 즉각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반대로 인용된다면 60일 내에 선거를 치러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어떤 방향이 됐든 정책 공백 해소 수혜가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환율은 지난해 12월 계엄 정국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급등했기 때문에, 탄핵 판결 이후 일정부분 되돌림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만 탄핵 결론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예단이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헌법재판소의 권위가 일정부분 훼손된 상황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국내 정치적 마찰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정치 테마주의 급등락으로 이어지며 국내 증시에 변동성을 몰고 올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급 관계자는 "탄핵 선고가 불확실성의 끝이 될 지, 시작이 될 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며 "기각 혹은 각하 시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권위 실추와 레임덕이 문제가 될 것이고, 인용 시엔 현 국회 1당의 친노조ㆍ반기업 이미지가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초반 급락세 회복하며 2480선 회복
PBR 0.8배선서 연기금 위주 기계적 매수
'관세 덜 타는 산업 어디냐' 기관들 눈치
탄핵 선고, 불확실성 해소일까 시작일
PBR 0.8배선서 연기금 위주 기계적 매수
'관세 덜 타는 산업 어디냐' 기관들 눈치
탄핵 선고, 불확실성 해소일까 시작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03일 16:54 게재